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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직격탄, 자영업자 “손님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자영업자인 A(31ㆍ여) 씨는 최근 지방으로 부모님과 함께 요양을 떠났다. 아버지께서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탓에 메르스를 피해 한동안 쉬다 올라올 계획이었지만 요양은 생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이미 매출이 평소의 10분의 1로 줄어서 잠시 쉬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가서 문을 열고 손님이 많이 오면 그 때는 내가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 장사를 접은 상태”라고 말했다.

메르스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영업자들 사이에 미묘한 한숨이 늘어나고 있다. 손님이 줄어 매출이 반토막이 나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손님이 많으면 혹시 감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무턱대고 호황을 바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업계는 소형상가에서 의류업, 제약업 등 사람을 상대로 하는 사업을 하는 이들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서비스업 중심의 자영업자나 창업자들의 관련 커뮤니티에는 이와같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약국을 하는 한 자영업자는 “열 나고 감기 기운이 있는 손님이 와서 약을 달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된다”며 “얼마간 문을 닫고 장사를 쉬어야 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소형 옷가게 주인들 역시 “직접 매장에 오는 손님은 거의 없고 블로그 주문만 오는데 택배업자들이 방문을 꺼린다”며 “자가격리한 사람들이 택배 배달을 시킨다며 화를 내시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장 매출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다. 서울 은평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4) 씨는 “평소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평일에도 끊임없이 왔는데, 아이가 있는 집은 최근 일주일간 한 번도 방문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공간이 협소하다보니 방문을 꺼려 매출이 절반 이하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무능한 대응에 불만을 터뜨렸다. 택배기사로 일하는 안모(45) 씨는 “택배는 늘어나서 일은 많아졌는데 자가격리자가 택배를 시키면 우리도 겁이 난다”며 “정부가 초기에 잘 대응했으면 이런 일도 안생겼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손님이 끊겨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도 자금 지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경환 총리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계약 취소로 직접적 영향을 받는 관광, 여행, 숙박, 공연 등 관련업체에 특별운영자금을 지원하고 6월 종합소득세 신고 납부기한을 연장해주겠다”고 밝혔다. 또한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중소기업청 긴급실태조사를 12일까지 진행하겠다”며 “메르스 확진자 발생 병원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자금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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