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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답한 현실…쌉싸름한 풍자극 줄 이어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에 이어 페이스북 ‘박근혜 번역기’까지 권력층의 위선과 무능을 꼬집는 풍자물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공연계에서도 답답한 현실을 신랄하게 비웃는 풍자극이 줄잇고 있다. 이같은 풍자극들은 유쾌한 웃음으로 즐거움을 주면서도, 무감각했던 현실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연극 ‘더 파워’=연극 ‘더 파워’는 자본주의를 대놓고 비판하지만 발랄하다. 연기와 실제를 넘나들며 정신없이 몰아치다 “괜찮아. 우리 다 헷갈리는데 뭐”라는 대사로 관객들이 깔깔거리게 만든다.

이 연극은 별다른 줄거리 없이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졌다.

먼저 전쟁 중인 초록군인들이 나온다. 적들은 죽은 듯 움직이지 않지만 초록군은 계속 적을 감시한다. 전쟁이 없으면 일자리가 없어지고, 월급을 못받으면 전자제품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제공=국립극단, 신시컴퍼니, 서울예술단]

이어 다국적 보험회사 직원들의 홍보 전략회의 장면이 등장한다. 무조건 소비심리를 자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폭력적인 상사와 친환경ㆍ지속가능성이 트렌드라고 주장하는 여직원이 팽팽하게 맞선다.

마지막은 지하철에서 ‘나’와 노숙자가 만나는 장면이다. ‘나’의 회사 곳곳에는 “아무도 강요당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하지만 ‘나’는 말도 못하게 피곤하다. ‘나’가 거대한 수레바퀴 밑에 깔려 있다고 호소하자 노숙자는 “당근과 채찍에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을 다 바칠 작정이냐”고 호통친다.

이 작품은 독일 출신 작가 니스 몸 스토크만이 극본을 쓰고, 알렉시스 부흐가 연출을 맡았다. 하지만 억압적인 회의 장면과 지하철에서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승객들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무엇보다 “계급사회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연극이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던 관객들에게 붉은 용이 등장해 “연극은 대리만족이야.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아”라고 외칠 때 정신이 번쩍 들게 된다. 오는 2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사진제공=국립극단, 신시컴퍼니, 서울예술단]

▶뮤지컬 ‘유린타운’=“이 작품은 해피엔딩 뮤지컬이 아니야”

극 초반 뮤지컬 ‘유린타운’의 해설자이자 경찰역을 맡은 록스탁은 어린 샐리에게 이같이 말한다. 록스탁의 말대로 내용은 심각하지만, 음악과 춤은 신나고 배우들의 연기는 능청스럽다.

‘유린타운’은 물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서민들은 오직 유료화장실에서만 용변을 볼 수 있는데, 유료화장실은 쾌변주식회사가 독점하고 있다.

유료화장실에 반대하며 폭동을 일으키는 서민들은 ‘레미제라블’을, 쾌변주식회사 사장의 딸 호프와 폭동 주동자 바비의 대화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해 폭소를 자아낸다.

결국 폭동은 성공하고, 서민들은 마음껏 용변을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물 부족으로 강은 사라지고, 쾌변주식회사의 사장이 된 호프는 결국 아버지를 따라가게 된다.

재치있는 대사와 경쾌한 음악을 웃고 즐기다보면 어느 새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난다. 하지만 막이 내리고 객석에서 일어설 때는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독점기업 사장 하나 몰아낸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 만큼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오는 8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사진제공=국립극단, 신시컴퍼니,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이승에서 “한번 밀어주시면 여러분의 충실한 하인이 되어 발벗고 뛰겠습니다”라고 공약했던 국회의원은 발설지옥에서 혀를 뽑힌다. 불효자를 가두는 한빙지옥은 수용인원 초과로 판결 기준이 완화된다.

부조리한 현실과 저승세계를 연결한 웹툰 ‘신과 함께’가 오는 7월 창작가무극으로 선보인다. 각종 만화대상 수상, 일본 수출, 영화 제작 등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주인공 김자홍은 ‘을’인 영업부장으로 일하다 간질환으로 세상을 떠난다. 김자홍은 저승에서 만난 진기한 변호사의 도움으로 7개 지옥에서 재판을 받는다. 여기에 군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원귀와 원귀를 잡으러 다니는 저승차사들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서울예술단은 이승에서 죄를 지은 자들이 저승에서 형벌을 받는 과정은 통쾌하게, 이승에서 선하게 살았던 이들이 저승에서 복을 받는 과정은 감동적으로 그려낼 예정이다. 특히 학벌, 재산, 지위에 상관없이 죄의 무게를 정확히 재는 저승의 재판 과정을 통해 현재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연출 김광보, 무대미술 박동우, 안무 차지엽 등 화려한 제작진의 참여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오는 7월 1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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