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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병원 싫어, 우선 동네병원부터…’ 메르스가 바꾼 병원 선호도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 서울 성북구에 사는 대학원생 김모(여ㆍ27) 씨는 지난 수요일 급체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으려다 동네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간진료하는 동네 내과를 급하게 찾아 진료를 받기로 한 것. 김씨는 “평소같았으면 당연히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을 텐데, 메르스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걱정됐다”고 말했다. 


서울ㆍ경기 등지 대형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자, 대형병원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거두고 동네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병원 방문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도, 꼭 가야할 일이 생겼을 때라면 대형병원보다는 동네병원을 찾는 것이다. 

지난 11일 115번째 환자(여ㆍ77)가 서울 삼성의료원 응급실이 아닌 외래에서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대형병원 응급실은 물론 외래진료를 찾는 환자들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료원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 평균 8000여명이 내원하던 외래진료 환자 수가 메르스 병원 공개 후 30퍼센트 정도 급감했다.

보건 당국도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벼운 질병은 가급적 대형병원이 아닌 거주지 인근 의료기관을 이용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의료기관을 1~3차로 분류하고 있다. 동네의원인 1차기관에서 경증 질환을 진료하고 부족할 경우 순차적으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서와 함께 환자를 올려보내는 취지로 설계된 제도다.

하지만 대형병원의 이름이나 전문성을 맹목적으로 신뢰해 경증질환에도 무작정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이 제도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퍼진 ‘메르스 국면’이 사람들의 이같은 인식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울 강서구의 한 내과 원장 이모(55) 씨는, “환자들이 대학병원에 가겠다며 간단히 진찰만 받고 의뢰서를 써 달라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오히려 대형병원을 기피하고 동네의원에서 해결해 보려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주부 서모(여ㆍ46) 씨는 “요즘은 오히려 ‘병원가서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병을 얻어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환자가 북적이는 대형병원에서는 더 많은 병원균이 있을 것 같아, 앞으로는 웬만큼 가벼운 증상에는 동네 병원을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여파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사람들이 지금 당장은 메르스에 대한 공포 때문에 대형병원에 안 가는 추세지만, 사람들 사이에 ‘경증질환에는 종합병원을 찾기보다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환기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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