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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엇, 법적조치 착수…삼성의 대응 전략은>합병무산 방지 자사주 매각…잠재적 우호지분 33% 확보…외국인주주 설득 총력 경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11일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을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성사를 위해 삼성물산 자사주를 KCC에 처분키로 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었다.

삼성물산 측은 그러나 엘리엇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예견했던 일이다. 법적절차에 따라 차분히 대응하겠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사주 매각을 통해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당장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계획 무산 시도는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매각은 “합병무산 막자” 위기의식의 발로=삼성물산이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5.76%를 KCC에 넘기기로 결정한 것은 우호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제일모직과의 합병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의결권을 살리려면 자사주를 우호세력인 제 3자에 매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애초 이럴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이 같은 조치가 엘리엇의 압박 전술에 말려들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만큼 삼성이 이런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권리주주 확정일인 11일에 앞서 자사주 매각을 전격 단행했다. 그만큼 엘리엇의 공세를 위험수위로 인식한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삼성이 우려한 것은 무엇보다 합병 무산이었다.1조5000억원(지분 16.78%) 이상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물거품으로 끝난다. 10일 기준 외국인 지분은 33.7%. 엘리엇측이 현재 보유중인 7.12% 지분외에 추가로 9.66%의 우호지분만 결집해도 합병이 좌초될 수 있다는데 우려했다.

▶ “삼성, 우호지분 33% 확보했다” 분석=이번 결정으로 삼성물산은 공식적인 우호지분을 13.99%에서 19.88%로 늘릴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국내에서만 약 33%의 잠재적 우호 지분을 확보한 걸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 지분과 나머지 국내 기관투자가 지분 10%의 절반에 해당하는 5%를 합친 것이다.

주주별로 보면 삼성SDI 등 특수관계인 13.99%, KCC 5.79% 등 19.88%가 삼성의 공식적인 우호 지분에 속한다. 여기에 국민연금 지분 9.92%, 한국투신운용 2.96%, 삼성자산운용 1.99%,KB자산운용 0.38%, 미래에셋자산운용 0.35%, 트러스톤자산운용 0.35%, 교보악사 0.32%, NH-CA자산운용 0.16%, 하나UBS 0.12%, 신영자산운용 0.11%, 키움자산운용 0.11% 등 국내 기관투자가 지분 중 약15%가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기관투자가는 “일각에서는 외국의 한 의결권 자문기관이 국내 기관들에게 삼성물산 합병안에 반대할 것을 공식 권고한 것을 두고 기관투자가들이 합병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곳도 있겠지만 합병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결국 찬성표를 던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장기전 대비 삼성 외국인 주주 설득도 총력전=엘리엇의 임시주총 결의 금지 가처분신청 등이 무위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삼성측은 합병 IR 대응팀을 꾸리는 한편 엘리엇과의 장기전에 대비해 외국인 우호 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엘리엇의 소송전과 경영권 간섭 시도를 차단하는 길은 결국 외국인 우호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 김신 상사부문 사장 등 회사 최고경영진 등은 직접 외국인 투자자를 방문, 이해설득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 사장은 지난 5일 홍콩에서 주요 외국인 투자자들과 만나 합병 배경과 향후 회사 운영 방안, 주주이익 제고 방안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또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직접 만나 설득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윤재섭·권도경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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