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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가 바꿔놓은 일상…방콕족, 얌체 음주운전, 저녁이 있는 삶…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메르스 공포가 우리 국민들의 일상마저 바꿔놓고 있다.

외출, 약속, 회식 등의 자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뜻하지 않게 이른바 ‘방콕족(族)’이 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줄고, 마스크 착용자가 느는 등 출퇴근길의 모습도 달라졌다.

외부 활동이 뜸해지면서 112 사건ㆍ사고 신고 건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또 감염 우려를 핑계로 음주측정을 거부하는가 하면, 경찰이 범인 체포시 체온부터 측정하게 되는 등 메르스가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열 검사를 하고 있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메르스 확산 여파로 직장인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되찾게 됐다는 사람들이 많다.

당분간 회식을 금지하겠다는 회사들이 늘고 있고, 단체 행사나 야근도 자제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되도록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 평일에도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자리잡고 있다.

감염 예방차원에서 외출을 삼가고 어린이집이나 학교의 휴원·휴교로 불가피하게 집에만 있는 ‘방콕 엄마’들도 늘고 있다.

이런 엄마들은 24시간을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경기도 화성에서 두살짜리 아기를 키우는 주부 강모(32) 씨는 “평소 때 같으면 문화센터나 키즈카페도 다니고 친구 엄마들과 수다도 떨고 그럴 텐데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뉴스만 보고 있으려니 힘들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과 배달음식 판매량도 늘었다. 대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이용객들은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출퇴근길의 ‘마스크 패션’은 이제 익숙한 모습이 됐다. 버스나 지하철에선 마스크 낀 사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또 대중교통 이용시 지켜야 할 ‘기침 에티켓’도 생겼다. 기침 증상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급작스럽게 기침할 때는 침이 튀지 않도록 입과 코를 휴지, 팔꿈치 안쪽 등으로 가리고 하는 것이다.

집이나 공공장소에서 세정제를 사용하는 일도 보편화됐다.

곳곳에 세정제가 비치되다보니 급기야 한 커피전문점에서 수거대 위에 올려진 시럽을 세정제로 착각하고 펌프를 눌러 손을 비볐다 낭패를 본 웃지 못할 일화가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메르스는 범죄ㆍ치안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에 접수된 112 신고건수는 38만6659건으로, 전주(39만9515건) 보다 3.2%(1만2856) 줄었다.

112 신고는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늘어나는 특성을 보이는데 메르스 확산 조짐이 시작된 6월 첫주에 오히려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줄었기 때문이다.

범인의 체포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일선 경찰서에선 범인 체포시 메르스 증상 여부부터 확인하고 있다.

경찰이 감염이 우려되는 기존 검문 방식의 음주단속을 중단하자 이를 틈타 취중 운전을 시도하는 ‘얌체족’도 늘었다. 심지어 메르스에 걸렸다며 사기 피의자가 경찰 출석을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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