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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메르스와의 전쟁’ 1주일 곳곳서 혼란
-전담병원 없어 허둥지둥 뒤늦게 선별 진료소 설치
-확진환자 발표도 제각각…뒤늦게 창구 단일화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대응에 나섰던 서울시가 사전준비 부족으로 곳곳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전쟁 선포는 했지만 일선 부대(자치구)에선 전쟁 물자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전장에 내몰리는 모양새다.

1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와의 전쟁’ 선포 이후 120다산콜센터, 핫라인 등에 메르스 의심증상을 묻는 전화가 폭주했지만 정작 전담병원이 없어 혼란만 부추겼다.

그 사이 자치구 보건소와 동네병원은 서로 환자를 떠넘기면서 시간을 때웠고, 시민들은 ‘알아서’ 대응해야 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에서야 25개 자치구 보건소와 시립병원 8곳, 국립ㆍ공공병원 2곳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진료를 시작했다.

메르스 관련 정보공개 기준도 마련하지 않아 서울시가 공개하지 않은 확진환자를 자치구가 독자적으로 발표하는 경우도 생겼다. 금천구는 지난 9일 오후 긴급브리핑을 열고 서울시가 밝히지 않은 93번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상세히 공개했다. 서울시는 하루 늦게 금천구와 같은 내용을 확인,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동작구는 지난 8일 오후 “관내에서 1차 양성 반응을 보인 의심환자가 발생했다”면서 긴급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메르스 관련 정보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나 질병관리본부에서 1ㆍ2차 검진을 마쳤을 때 공개한다.

혼란이 가중되자 서울시는 “메르스 정보공개는 서울시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확진환자는 서울시에서 발표하고 자치구 차원의 발표가 필요할 때는 같은 내용으로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시간 지나지 않아 서울 양천구은 이날 오후 관내에서 추가로 발생한 확진환자를 단독으로 발표했다.

서울시가 정부보다 잘 할 수 있다고 공언한 역학조사는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 한국전력 서울남부지사 검침 협력업체 직원은 지난 8일 오후 메르스 바이러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역학조사는 이날(11일)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서울시는 자체 역학조사팀을 가동해 1차 양성 판정 즉시 역학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협력업체 직원은 10일 오후 메르스 확진환자로 판명됐다.

의료장비와 물품, 인력 부족을 호소하던 자치구에는 지난 9일에야 예산 지원 방침이 세워졌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준비 후 발표’가 아니라 ‘발표 후 준비’로 순서가 뒤바뀌면서 보건소 직원들이 당황해했다”면서 “그때 그때 발생하는 상황에 대응하면서 미처 갖추지 못한 물품이나 인력을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왕좌왕하던 서울시 공무원시험 시행 여부는 시험일을 사흘 앞두고 확정됐다. 오는 13일 시험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자가 격리나 능동감시 대상자는 집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격리 대상자가 수시로 바뀌고 있지만 수험자를 구별하는데는 지장 없다”면서 “시험을 연기하는 것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메르스 대응 기조에 역행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지난 8~9일에는 메르스 자가격리 대상자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서울시 홈페이지에 그대로 노출됐다. 이는 메르스 확진환자와 격리 대상자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겠다는 방침과 배치된다. 서울시는 “메르스 업무가 과중한 상태에서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준비 부족을 자인한 꼴이 됐다.

지난 10일에는 서울의료원이 내부적으로 “메르스 발병 병원에서 온 환자를 받지 말라”는 방침을 세우다 이를 주도한 진료부장이 보직 해임되는 촌극을 빚었다. 서울의료원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가장 큰 시립병원으로, 정부가 지정한 메르스 격리병원이다.

김인철 대변인은 “개인 의견일 뿐 서울의료원의 방침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서울시는 이에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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