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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학, 서지학에서라면 몰라도…” 대통령기록물로 망신당한 檢
[헤럴드경제=함영훈ㆍ김진원 기자] ‘유출ㆍ폐기 범죄가 될 만한 대통령기록물의 범위‘를 둘러싸고 검찰이 재판부로부터 “기록학이나 서지학에서라면 몰라도…의견서를 다시 제출하라”는 면박을 당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대통령기록물 유출 혐의 사건을 심리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 최창영)의 이같은 지적은 검찰의 이 사건 공소유지 행보가 험로를 걸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대통령기록물이 ‘청와대에서 생산되는 모든 문서’이라면 현행법 상 그간 역대정권 및 현 정권에서 관행적으로 진행됐던 문건의 폐기 행위가 모두 범죄가 되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9일 열린 공판에서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문건이라고 할지라도 별도의 절차 없이 파쇄하는 것이 관행이었다”면서 “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에서 만든 문건은 보고가 끝나면 파쇄했고 이명박 정부도 민정수석실 문건이 박근혜 정부에 넘어가지 않도록 정권 말기에 전부 없애버렸다”고 증언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14조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 또는 유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이 조 전 비서관을 기소한 논리대로라면 이명박 정부 말기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참모진 일동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또 대통령기록물이 되기 위해서는 결재권자의 승인을 거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유출된 문서가 이런 작업을 거쳤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도 검찰을 곤혹스럽게 한다.

검찰은 “필요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는 현실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면서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있으면서 작성했고 조 전 비서관이 홍경식 민정수석과 김기춘 비서실장까지 보고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은 청와대에서 생산된 것은 메모라 할지라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지만, 기록학이나 서지학도 아니고 처벌과 연계됐을 때는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검찰 측은 의견서를 꼼꼼하게 해 다시 제출하라”고 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죄가 공무상비밀누설죄의 형량보다 무거운 점을 들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죄를 적용할 때엔 보다 엄격하고 제한적인 형사처벌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윤회씨 국정 개입‘ 의혹의 진상을 파악하기 보다는 문건유출 수사로 국면전환을 꾀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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