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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기력해지고 예민해지고…‘메르스 우울증’ 확산
“나도 감염될수 있다”불안감…정부대처 미흡 등 불만겹쳐
심적 트라우마 호소 날로 증가



“날씨 좋은 이 계절에 그냥 방콕만 하게 되는 상황이 우울하고 자꾸 예민해져요.”

3주째 계속되는 메르스 사태로 작년 세월호 때와 같이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번 메르스의 경우 나도 언제든 감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장기화되면서 심적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또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답답함, 정부의 대처에 대한 불만의식 등이 맞물리면서 이같은 심적 고통을 겪는 시민들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경기 지역에서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최모(30·여) 씨는 “인근 병원에서 확진 환자가 나와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학원이 다 쉬게 됐다. 불안한 마음에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거의 집에만 있다 보니 나도 아이도 답답하고 힘들다”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직장맘들은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워킹맘 김모(36) 씨는 지난 주말 어린이집 휴원 공지 문자를 받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는 “이 시국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것도 아이에게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긴 했지만 계속 휴가를 낼 수도, 맡길 곳도 없는 상황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작년 세월호 때처럼 각종 매체 보도가 대부분 메르스 관련된 것들이고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에 세월호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이모(40) 씨는 “자꾸만 세월호 때와 비슷한 상황이 되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든다”며 “안 그러고 싶어도 나라와 정부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고 말했다.

미용사 이모(36·여) 씨는 “손님들도 줄어 안 그래도 숍이 썰렁한데 뉴스에서 감염자가 늘었다, 또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하다”고 했다.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를 통보받은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확진 환자와 동선이 겹쳐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A(여·26)씨는 “격리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다보니 답답하고 힘든 상황”이라며 “초기부터 계속된 정부의 무능한 대응에 이 나라에 대한 실망감만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불안감이란 것은 사회적으로 활동하면서 해소하는 건데 지금은 뭔가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보니 불안감이 더 쌓이고 해소가 안되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집단적 불안이 오래 지속되다보면 심리적으로 소진되고 집단 무기력증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며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 크지만 사실 감정적이고 과도한 불안감은 피해야 한다”며 “외부 활동을 꺼리게 되면서 오는 불편함 역시 일시적이기 때문에 차라리 그간 집에서 못봤던 책이나 영화 등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는 긍정적 해석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서경원ㆍ배두헌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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