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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社·會·斷·絶…공공장소 기피…결혼식·돌잔치 불참…메르스가 낳은 사회단절
확진 환자가 95명까지 불어나고, 격리자가 2500여명에 달하는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메르스 공포가 사회단절 현상까지 낳고 있다.

메르스 예방 차원에서 대인접촉이 이뤄지는 공공장소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각종 업무행사 뿐 아니라 지인들의 결혼식, 돌잔치, 가족모임 등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자진해 스스로를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극장가 쇼핑센터, 식당가는 아예 가지 않고, 이동할때도 지하철ㆍ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도 꺼린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의 한 결혼식장. 이날의 주인공이었던 신랑 김모(35) 씨는 “메르스 때문에 하객이 많이 줄었다”며 “한주만 빨리했어도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결혼식에 참석했던 백모(35) 씨도 “메르스 때문에 와이프랑 아이는 집에 두고 나왔다”며 “메르스 여파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메르스 공포로 정말 가까운 관계가 아니면 축의금으로 결혼식 참석을 대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메르스가 친소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척도’가 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돌잔치의 경우 결혼식에 비해 참석률이 저조하고 주인공인 아기의 건강도 문제라 아예 차후로 연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아예 외출이 어려운 엄마들도 이웃들과의 단절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두살짜리 아기를 키우는 주부 강모(32) 씨는 “평소 때 같으면 문화센터나 키즈카페도 다니고 친구 엄마들과 수다도 떨고 그럴텐데, 메르스 감염 우려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뉴스만 보고 있으려니 힘들다”며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집안일이나 애 보는 일도 집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대표적 만남의 장소인 커피전문점도 한산한 모습이다. 특히 강남의 주택가에 있는 대형 커피집에는 평소의 왁자지껄한 모습이 사라졌다.

메르스로 오랜만에 밖에 나갔다 심리적 공황을 겪는 사람도 생긴다.

대전에 사는 주부 임모(38)씨는 “어린이집에 안 간 아이하고 일주일 내내 집에만 있다가 어제 식당에 가봤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무서워서 공황장애가 이런 느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메르스는 가족 간에도 단절을 경험하게 만들고 있다.

한 육아커뮤니티의 회원은 게시글을 통해 “다음주에 친언니 결혼식이 있는데 이제 100일이 지난 아기 때문에 너무 겁이 난다”며 “아무래도 각 지역에서 오실테니 언니한테 미안한데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적었다.

서울에 사는 주부 김모(31) 씨는 오는 주말 시아버지 칠순 잔치를 취소할까 고민 중이다. 소규모로 예정된 잔치이지만, 9개월 된 딸아이를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 데리고 나간다는 게 꺼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어른들이 ‘젊은 부부들이 유난떤다’고 생각하실까봐 말도 못 꺼내겠다”며 “남편조차 태평한데 나만 예민하게 구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강남에서 회사를 다니는 박모(41) 씨는 당장 이번 주말이 걱정이다. 인도여행 중이신 부모님이 공항에서 바로 자신의 집으로 오시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나랑 와이프는 괜찮은데 아직 돌이 아들 녀석이 걱정이 된다”며 “아내는 얼른 오지 마시라고 말씀을 드리라고 난리인데, 괜히 환자 취급한다고 하실까봐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메르스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하니까 모이는 곳을 피하게 되고 사람들 사이에서의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며 “결혼식이나 잔치, 주말 나들이 등이 위축되면 혼자 집안에 콕 박히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경원ㆍ이세진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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