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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이형석]메르스 대응, 국민은‘LTE’ 정부는‘파발마’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나온 뒤 가장 바쁘게 돌아간 곳은 정부가 아니라 ‘카톡’과 네이버밴드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받은 글’이라는 메르스 관련 정보가 쉴 새 없이 올라왔다.

출처불명, 확인불명이었고, “사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었지만 메르스 관련 정보는 국민적인 공포를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미확인 정보들이지만, 공유와 확산 속도는 메르스의 전파보다 빨랐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세계 최초 LTE(롱텀에볼루션) 상용화와 ‘IT강국’의 면모가 새삼 확인됐다. ‘카톡방’이나 밴드모임에 같은 글이 거의 동시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 ‘실시간 확산’의 속도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모임에서 울리는 ‘카톡’의 속도전은 놀라왔고, 지인ㆍ친구ㆍ거래처인 서로 다른 회사의 직장인들끼리 주고 받는 ‘정보전’도 유례없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듯 탁월한 ‘초고속 인프라’를 갖춰놓고도 활용하기는 커녕 맞서 싸우려고 했던 정부의 대응이다. 정부가 지난 7일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병원 명단 공개 등 정보 공유에 나섰지만 ‘뒷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애초부터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의 손 안에 쥔 ‘‘LTE급’의 초고속 SNS를 통해 공유했더라면 과연 사태가 이렇게 악화됐을까.

‘뒷북’에 대한 변명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병원 공개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서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3일 대통령께서 국민한테 있는 사실을 그대로 알려서 관련 조치를 철저하게 취하는 게 맞겠다는 그런 지시가 있었는데 2∼3일간 준비를 거쳐 오늘(7일) 공개했다”고 했다. 정부 발표를 그대로 믿는다해도 대통령이 지시가 시행되는데 무려 사흘이나 걸렸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초를 다투는 실시간 LTE 시대에 사는데, 정부의 ‘시계’는 ‘파발마’나 ‘봉화’의 시대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경제는 갈 길이 바쁜데, ‘엔저’에 이어 메르스가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팔 물건은 잔뜩 쌓여 있는데, 사람들은 없고거리는 텅텅 비어 요 며칠간 대한민국은 마치 묵시록 속의 도시처럼 음산했다. 초고속 인프라를 갖춰놓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 ‘전혀 비창조적인 대응’이 창조경제의 발을 꽁꽁 묶은 것이다.

올 들어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창조경제’ 전략, 그 중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재난 대응 및 안전 관리의 산업화 전략을 보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재난 예방 및 감지에서 구호까지 일련의 과정을 센서와 빅데이터, 초고속 통신망,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로 첨단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몇 년 후 미래까지 볼 것도 없다.

있는 인프라도 활용하지 못한 이번 메르스 대처만 보더라도 과연 ‘창조경제’가 말대로 장미빛 청사진으로 구현될 지 무척 회의스럽다. ‘기술’ 보다는 ‘시스템’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장비’보다는 ‘사람’이, ‘공학’보다는 ‘철학’이 ‘창조’의 핵심임을 정작 창조경제의 주창자들은 알고 있을까.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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