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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기지 200년 느티나무 군락 ‘그대로’
조선시대 이후 생태계 상당 부분 남아있어…
서울시·국토부 생태적 환경 세부 계획 마련



조선 후기부터 200년이 넘게 한반도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을 묵묵히 지켜본 느티나무 군락지와 지금은 한강의 지천 모습이 그대로 남이 있는 곳이 아직 서울에 있었다.

70년대 이후 급속한 개발로 서울도심의 옛모습을 찾아 보기 어려워졌지만 일반인들이 들어갈수 없는 용산 미군기지에는 조선시대 이후 생태계가 상당 부분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됐다.

8일 서울시와 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에 따르면 용산 미군기지 내에는 한강의 지천인 만초천과 200여 년 수령의 느티나무 약 20그루가 과거 모습을 간직한 채 보존돼 있다.

용산기지 내 있는 느티나무 군락지(왼쪽)와 만조천. [그륀바우 김인수 소장 제공

인왕산에서부터 내려온 한강의 지천인 만초천은 1960년대 도시화로 교통량과 환경오염이 늘어나면서 1962년부터 1980년까지 6차례에 걸쳐 복개돼 현재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용산기지에는 유일하게 만초천 약 200∼300m 구간이 유수지 형태로 남아있다.

흐르는 물 위로는 무지개 모양의 홍예교와 차곡차곡 쌓인 석축들도 남아있어 이미 복개된 구간의 만초천 모습과 물길을 상상해볼 수 있게 한다.

둔지산 자락, 용산구청 맞은 편에는 성인 2∼3명이 손 잡아야 껴안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느티나무들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느티나무 군락은 1909년에서 1911년 사이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병영 전경사진 능선 오른편에서도 확인된다. 서울형 공공조경가그룹 용산공원 소위원회는 이 느티나무들의 수령이 200년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수 그륀바우 소장은 “만초천과 느티나무 군락 외에도 일본군 주둔 시절의 위수감옥, 이국적인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주거지의 오래된 플라타너스길, 조선시대 기우제를 지내던 남단의 유구 등 자연과 역사의 흔적이 남아 복원, 보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산기지 내 생태계 복원과 보존의 필요성은 환경부와 서울시가 용산기지 기름오염원을 추적하기 위해 14년 만에 지하수의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하면서 더 강조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 용산 미군기지 반환 후 공원 조성을 앞두고 시료에서 휘발성 성분이 나오면 미군에 반환 전 정화요청을 한다는 방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기지 지역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대가 주둔한 이후부터 계속 외국군이 차지했다”며 “식물 군락지와 개울 등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반환받아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에 용산공원의 건강한 생태적 환경을 가꾸기 위한 세부 계획을 포함했다.


이진용 기자/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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