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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예선 기자의 Car톡!] 무인차가 ‘범죄’에 이용된다면?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자율주행차량이 은행털이에 이용됐다면, 그 차는 공범일까요?’

최근 미국에서 자율주행차량과 관련한 법제화 논의가 본격 점화됐습니다. ‘아이즈 프리(eyes free), 핸즈 프리(hands free)’라는 운전에서 눈과 손을 떼는 자율주행차량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자율주행차는 차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알아서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이른바 ‘똑똑한 차’입니다. 


구글 자율주행차량 컨셉트카

세계 완성차 업계를 비롯해 ‘IT공룡’으로 불리는 구글과 애플까지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특히 구글의 자율주행차(이하 구글차)는 스티어링휠(운전대)과 가속페달, 브레이크 페달이 없는 콘셉트카를 지난해 이미 선보였습니다.

업계는 2019년경 구글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글은 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 ‘우버’까지 인수해 자율주행택시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혼다와 닛산이 자율주행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2020년을 목표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오토모티브는 “2025년께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차량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대로라면 10년 후면 미래 영화 속 한 장면이 현실에서 가능해집니다. 아이들 픽업도 무인택시가 하고, 명절 고향가는 길 운전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SF영화 토탈리콜(1990년)에 등장하는 로봇택시. 쫓기는 주인공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로봇에게 빨리 달릴 것을 지시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율주행차량이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운전자 중심의 현행법을 고쳐야 하는 중대한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자율주행차량 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최근 이색적인 공개 강의가 열렸습니다. 바로 자율주행차량 시대가 가져올 사회적 문제에 관한 것입니다.

교통사고, 보험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이날은 자율주행차가 범죄에 악용될 경우가 토론의 백미를 장식했습니다. 스탠포드대 로스쿨이 ‘인공지능과 법률의 관계’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날 강의에서는 자율주행시대 법적 분쟁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단적인 예가 ‘자율주행차가 은행털이에 이용된다면?’입니다.

가정(假定)은 이렇습니다. 자율주행기능으로 움직이는 무인택시가 복면을 하고 권총을 지닌 강도를 태우고 은행으로 돌진해 은행털이에 이용됩니다.

‘줄소송’은 은행이 시작합니다.

첫째, 피해 은행이 무인택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겁니다. 이유는 화상 인식 기능 등을 통해 무인택시는 범죄 위험소지가 있는 사람을 태워서는 안되지만 강도를 태웠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둘째, 억울한 택시회사는 자동차 제조회사를 제소합니다. 택시회사는 차량 설명서에 따라 운영한 것일 뿐 책임은 자동차 제조사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셋째, 자동차 제조사는 자율운전차량은 안전운행을 하고 있었고, 범죄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맞섭니다.

이처럼 책임소재를 놓고 소송이 난무할 수 있지만 현재의 법체계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 스탠포드대 로스쿨 ‘인공지능과 법체계’ 공개 강의 모습. [사진=VentureClef]

관건은 자율주행차량과 같은 인공지능을 피고석에 앉힐 수 있느냐입니다.

다소 복잡한 얘기지만, 이날 강의는 로봇을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도덕적 행위자(moral agent)’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로봇이 인간처럼 권리와 의무를 가질 수 있느냐, 만약 그렇다면 형벌과 재교육은 어떻게 할 수 있느냐 등의 의문입니다. 로봇 재교육의 경우, 시스템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자금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날 스탠포드대 강의는 정해진 법이론이 아닌, 고도로 진화된 인공지능 사회에 진입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을 법으로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프로토타입(시험제작)’ 단계의 논의였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첨단 기술을 이끌고 있는 미국 대학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사회에 대한 법정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곧 자율주행차량 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로 여겨집니다.

새로운 시대, 법체계를 먼저 선점하는 것이 ‘패권’을 쥘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이 새삼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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