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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의 ‘3無(시험감독ㆍ출석체크ㆍ상대평가폐지) 정책‘ 대학문화 바꿀까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감독 없는 시험ㆍ상대평가 폐지ㆍ출석부 없는 수업’ 의 기치를 내건 고려대의 파격 실험이 상아탑 문화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취업에 목매며 ‘학점 기계’로 전락한 대학생들에게 자율을 불어넣고 창의성을 키우겠다는 것이 고려대의 의지다. 하지만 심각한 청년 실업난, 그리고 최근 서울대 등에서 빚어진 ‘컨닝 사태’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도외시한 이상론이라는 적도 나온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학교는 오는 9월 시작되는 가을학기부터 ‘3무(無) 정책’을 본격 시행키로 하고 현재 각 단과대별로 절대평가와 출석부 없는 수업 신청을 받고 있다. 
헤럴드경제DB사진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이같은 정책을 준비해 왔다.

심각한 취업난에 저당잡혀 학점의 노예가 된 나머지 악착같이 출석해 강의를 듣고, 상대평가에 따라 경쟁자인 친구끼리도 쉽사리 공책을 빌려주지 않으며 시험감독도 엄격한 현 대학 사회가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 본연의 모습과 크게 어긋나 있다는 것이 염 총장의 생각이다.

이같은 학교 방침에 학생들은 대체로 환영의 뜻을 비쳤다.

이모(여ㆍ21ㆍ고려대 사학) 씨는 “솔직히 가끔은 수업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기는데, 출석점수를 받기 위해 다른 걸 포기해야 한다는 건 성인인 대학생을 너무 옥죄는 것”이라며 “심지어는 상대평가로 학생을 줄세워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매달 노트필기를 검사하는 교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3무 정책의 안착 여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도 많다.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병기(24ㆍ고려대 미디어학) 씨는 “갈데까지 간 경쟁을 식히고 자율성을 높이겠단 취지는 좋으나, 어차피 변별력을 위해 시험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학 교수들도 취지의 공감하지만 실제 적용이 쉽지만은 아닐것으로 봤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제도가 학생의 자율성뿐 아니라 교수의 재량권까지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평가 방식을 바꾸면 수업 방식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해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근본적으로 학생 평가를 옥죄는 교육부의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출석제도와 상대평가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까지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원섭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의 현 방침은 대학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못 믿겠다는 건데, 교육당국ㆍ대학ㆍ교수ㆍ학생의 ‘4자’가 서로 신뢰관계를 쌓아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정책의 파격성을 감안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총장의 의지가 강력하지만, 우선 이 제도를 모든 수업에 강제하진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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