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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대입시험 준비하러 한국오는 ‘검은머리 미국인’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교포 김모(46ㆍ여) 씨는 이달 중순 딸을 데리고 두달간 한국에 나올 예정이다. 

올해 11학년,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생인 딸을 단기로 ‘SAT(Scholastic Aptitude Test)’ 학원에 보내기 위해서다. 이미 항공권 예약은 물론 숙소까지 마련했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계획에 없는 일이었지만, 내년 3월부터 SAT 시험이 확 바뀐단 얘길 듣고 내린 결정이다. 

아무래도 한국인 유학생에게 받는 과외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한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으로 난리라는 얘긴 들었지만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있어 딸을 데리고 나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불리는 SAT를 앞두고 이른바 ‘검은머리 미국인’, 교포 2ㆍ3세가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역 유학’을 오고 있다.

명문대에 가기 위해선 기출문제 위주로 가르치는 한국식 수업을 듣는 편이 훨씬 유리하단 판단에서다.

특히 내년 3월부터는 미국 역사 배경 지식이 필요한 문제가 대폭 늘어나는 등 외국인 학생에게 대체로 불리한 내용으로 출제 방식이 바뀌며 이들의 역 유학을 부추기고 있다.

5일 서초동의 한 SAT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교포들의 역 유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SAT 특강 등을 듣기 위해 여름 방학에 한국을 찾는 교포들이 있었다”면서 “영어로 SAT를 가르치는 우리학원 영어수업반에도 15명 중 절반 가량이 이민자녀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한국식 교육을 받고 자라 여기에 익숙한 교포 1세의 자녀들에게서 자주 엿볼 수 있다.

어머니와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경우도 있지만 비자 문제 등으로 홀로 오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절반 가량을 미국에서 보냈다는 미국 시민권자 안모(28ㆍ여) 씨는 “교포들 중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흔친 않지만 10명 중 1~2명은 한국에서 SAT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SAT 공부를 2~3개월간 하는 게 미국에서 1년 하는 것보다 낫다는 인식이 적잖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SAT 출제 방식이 바뀌며 시험 준비에 대한 불안감에 사교육의 도움을 받으려는 이들도 생겼다.

학원은 사전에 주변 한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등록하거나 한국에 거주하는 친인척을 통해 알아본 뒤 등록한다. 주로 최신 기출문제 등을 접할 수 있단 이유로 대치동으로 몰린다. 학원비는 주당 6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수준이다.

상당한 비용이 드는 만큼 수업 강도도 높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미국식 수업과 달리 오전 8시30분에 시작해 4~5시까지 쉬지 않고 수업을 진행한다.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각에서는 대입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얼마 전 이모를 대신해 사촌동생이 다닐 SAT 학원을 알아봤다는 박모(27ㆍ여) 씨는 “미국 명문 대학이 암기만 잘한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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