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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먼 빅데이터, 행복방정식을 풀다
행복과 운, 몰입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주관적 경험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측정가능하다면 제어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긍정심리학의 1인자인 소냐 류보머스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일란성 쌍둥이를 오랜 세월 추적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행복의 절반은 유전적으로 결정되고 절반은 후천적으로 결정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행복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았다. 

더 충격적인 건 후천적 요인도 흔히 우리가 행복의 요소로 여기며 얻기 위해 노력하는 좋은 배우자나 새집, 보너스, 인간관계와 같은 외부요인은 그닥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을 다 만족시키더라도 행복에 관여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40%의 행복은 놀랍게도 매일매일의 사소한 습관이나 행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타인에게 감사를 표하거나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처럼 사소한 행위만 해도 행복감은 한층 높아진다. 문제는 행동한 결과가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행동을 적극적으로 일으켰느냐다.

행동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하는 이 놀라운 행복연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웨어러블 센서를 활용한 인간행동 연구의 세계 1인자인 야노 가즈오 히타치연구소장은 센서를 사용해 사람의 마음을 정량화하는데 도전했다. 야노 가즈오는 빅데이터라는 용어조차 없던 10여년 전부터 웨어러블 센서를 활용해 신체활동에 관한 빅데이터를 축적, ‘역사에 남을 만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제작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아온 인물.

‘데이터의 보이지 않는 손’은 그가 쌓아온 휴먼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인간, 조직, 사회를 움직이는 법칙을 밝혀낸 첫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호기심을 끌 만하다. ‘시간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인가’, ‘행복을 측정하다’, ‘인간행동의 비밀을 풀어줄 방정식’, ‘운이 따르는 것을 데이터가 증명하다’ 등 통념을 뒤엎는 도발적인 주제들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실험은 행복을 만드는 방법이다. 류보머스키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저자는 구성원을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웨어러블 센서를 매일 목에 걸게 한 뒤 실험군에게는 일주일 동안 좋았던 일을 쓰게 하고 대조군에게는 중립적으로 쓰게 하는 실험을 일주일에 한번 10분씩 2개월간 진행했다. 결과는 명백했다. 좋았던 일을 쓴 실험군의 행복수준과 소속감이 올라간 것이다. 더 중요한 발견은 행복과 신체활동의 상관성이 매우 높았다. 활동량이 높은 사람이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콜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실험에서는 잡담을 나눌 때 움직임이 활발한 날에는 센터 수주율이 높아졌다.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직장은 집단의 활발도 평균이 낮게 나타난 연구결과도 이어진다.

저자의 연구 중 획기적인 대목은 인간의 행동을 방정식화한 것이다. ‘작업에 열중하면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 ‘메일 답신을 미루면 점점 보내기 힘들어진다는 것’,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등의 주관적 느낌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해낸 것이다.

흔히 개인이 자유로운 의지와 선택에 따라 마음대로 쓴다고 여기는 시간도 실상은 과학법칙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는 것, 몸을 약간 빠르게 움직이면 몰입이 쉽게 된다는 연구결과들은 상식을 넘어선다. 그동안 마음의 영역으로 여겨져 있던 것들이 과학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는 반전인 셈이다.

운도 마찬가지. 저자는 운은 실력 그 자체라며 개인별 인맥 네트워크를 분석해 ‘운’을 최적화하는 방법, 이를 통해 조직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들려준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개발한 웨어러블 센서와 해석기술로 밝혀냈다. 웨어러블 센서로 인간 행동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것을 분석함으로써 인간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법칙을 찾아낸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데이터 경제 시대를 예고한다. 데이터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사회의 특징과 비전을 제시한다.

그는 “학습하는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간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크게 변했다”며 “이는 인간과 기계의 새로운 협력관계가 탄생하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습하는 기계에 적절한 문제를 넣어줌으로써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조직은 그렇지 않은 사람 조직과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최근 인간의 마음 영역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최신의 연구 가운데 야노 소장의 이 책은 보편적이고 일반론적인 법칙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설득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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