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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신·무관심에 익숙한 한국인들에 경종
“한국의 정치 지형을 보면 민주주의가 지금보다 후퇴해 장기적으로는 일당 체제가 도래하는 상황까지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다.”

‘한국 맥주 맛없다’는 기사로 잘 알려진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을 지낸 영국 청년 다니엘 튜더가 이번에는 한국의 정치를 비판한 책을 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썼다는 한국 정치는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정치다. 진정한 좌파도 우파도 없다. 보수는 오로지 대기업 몰아주기와 ‘나 먼저’ 생각 외에는 아무런 철학이 없다. 진보는 과거에 사로 잡힌 채 프로페셔널리즘이 결여된 무능한 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한국 정치문화를 ‘유아적인 정치문화’라고 말하는 이유다. 당장 유권자의 표를 얻으려고 끝없는 경제적 혜택과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즉 유권자를 어린아이처럼 대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48명의 국회의원 홈페이지 문구를 조사한 결과, 구체적인 공약이나 계획이 없는 희망과 꿈, 소통, 미래와 같은 말로 도배돼 있다는 사실을 든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외신지 기자로서 장관이나 고위공무원과의 자리에 있었던 낯뜨거울 정도의 일화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정치를 ‘내 통제권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정도로 여길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가 제시한 대안이 눈길을 끈다. 쇠락이 우려되는 제조업을 위해 한국형 미텔슈탄트를 키우자는 제안, 이탈리아의 ’5성 운동‘ 같은 풀뿌리 운동을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불신과 무관심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에게 울리는 경종인 셈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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