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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선제대응이냐 괴담유포냐?
朴시장 “의심증상 보이면서 최소 1500명이상 접촉” vs 감염의사 “증상나타난 시점 다른데 발표”


메르스 ‘35번째 확진환자’(이하 A의사)를 둘러싼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표에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박 시장의 발표대로라면 A의사는 지역사회에 전염병을 전파한 ‘개념없는 의사’가 되지만, A의사의 주장이 맞다면 박 시장은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기는 ‘괴담 유포자’가 된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오후 10시30분 메르스 관련 긴급브리핑을 열고 “35번째 확진환자인 A의사가 의심증상을 보이면서도 서울 세곡동과 문정동, 양재동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최소 1500여명 이상 시민을 접촉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원 확보가 가능한 접촉자들을 가택 격리 조치하고, A의사의 이동시간과 경로를 공개해 관련된 장소에 있었던 시민들에게 자가 격리할 것을 당부했다.

순식간에 ‘슈퍼전파자’가 된 A의사는 일부 언론을 통해 서울시의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시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잠복기 동안 전파력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A의사가 언제부터 기침이나 가래, 고열 등의 증상을 보였느냐가 중요하다.

A의사를 인터뷰한 프레시안에 따르면 A의사는 중학교 때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었고 과로할 경우 기침이 심해진다. 서울시가 발표한 5월29~30일에는 평소 몸 상태와 다르지 않았다. 29~30일 정상적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했고, 30일 저녁에는 양재동 L타워에서 1565명이 모인 ‘재건축조합총회’에도 참석했다. A의사는 5월31일 오전 병원 회진 때 격리대상으로 분류됐다. 당시 평소와 다르게 가래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다. A의사는 사전 신청한 심포지엄에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퇴근해 집에서 ‘엄격한 격리’ 생활을 했다. A의사는 이 같은 사실을 질병관리본부와 3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모두 설명했다.

서울시는 그러나 A의사가 5월 29일부터 경미한 메르스 증상이 시작됐고 이튿날(30일) 증상이 심화됐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특히 A의사가 증상이 악화된 30일 병원 심포지엄과 재건축조합총회에 참석했고, 다음날(31일)에도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고 강조했다.

A의사는 이에 대해 “100% 틀린 얘기”라면서 “대한민국 의사로서 양심을 걸고 박 시장이나 서울시가 주장한 개념없는 행동을 한적이 한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A의사는 5월 29~30일 자신과 밀접 접촉한 아내가 메르스 검사 음성 판정을 받은 것도 확인했다. A의사는 “제가 29일부터 메르스 증상이 있었다면 아내에게 감염시키지 않을 수 있겠느냐”면서 “한순간에 전염병 대유행을 일으킬 개념없는 사람이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의사가 근무하는 병원도 “서울시가 문제 삼는 심포지엄과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메르스 증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A의사는 “서울시가 기자 회견 전에 저한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전화 한 통 건 적이 없었고 사전 통보도 받못했다”며 “박원순 시장이 이번에는 틀렸다”고 했다.

A의사의 반박에 박 시장은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공신력이 있는 서울시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잘못된 정보를 심야에 이벤트성으로 공개해 오히려 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일명 ‘괴담 유포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사실관계를 재차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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