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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폭탄맞은 강남…개포주민 '멘붕'
'메르스의사' 개포 재건축 조합원 접촉…주민들 ‘멘붕’
248명은 연락조차 안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대한민국의 심장인 서울 강남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의 한 의사가 1500여명의 개포동 재건축조합원과 접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한바탕 소란이 일고 있다. 이들 중 248명은 아직 연락조차 되지 않아 지역내 감염 환자 발생 가능성까지 우려된다.

특히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 이어 재건축 1번지인 개포동까지 메르스 위험권역에 들어가자 강남 지역 전체가 ‘멘붕’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썰렁한 개포동 주택가

5일 개포동 한 주공아파트 앞에서 만나 김모(51·여) 씨는 “누구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나와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행사 참석이) 15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누가 환자일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 애들한테도 되도록 집에만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황모(75) 씨는 “이 동네의 80%가 세입자라서 조합행사에 갔을 사람은 20% 정도일 것”이라며 “그래도 불안한지 다른 부동산들은 다 문을 닫는다고 하고, 나도 오늘 만나기로 했던 주민이 행사에 갔던 사람이라고 해서 다음에 만나자고 했다”고 전했다.

실제 조합원 행사에 참석했다던 한 공인중개사는 통화에서 “오늘 오전 조합에서 연락이 와서 자가격리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일단은 집에 있을건데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개포동 주민 이모(66) 씨는 “손만 잘 씼고 마스크만 잘하면 되지 호들갑 떨면 오히려 불안감만 조장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개포동에서 만난 주민 열명 중 세사람은 마스크를 쓴 상태로 보행하고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35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 A씨는 지난달 27일 14번째 환자와 접촉했으며 병원 자체 판단에 따라 진료를 중단할 것을 지시받았다. A씨는 29일 기침 등 경미한 의심 증상이 시작됐지만, 계속 병원에서 근무했다.

30일엔 미열이 있었지만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오후 6시부터 7시까진 가족들과 한 가든파이브에서 식사를 한뒤 7시부터 30분간은 양재동 L타원에서 1565명이 참석한 개포동 재건축 조합 총회에 참석했다.

31일부턴 본격적으로 기침, 가래, 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정상 출근했고,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열린 병원내 심포지엄에도 참석한 뒤 귀가길엔 패스트푸드점까지 들렀다.

A씨는 이날 오후 9시 40분이 되서야 모 병원에 격리됐으며, 이달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는 A가 확진 판정 전 갔던 행사 참석자들에 대해 자가격리 안내를 마치로 일대일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하지만 참석자 중 248명은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오전 8시30분부터 시청에서 메르스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간밤에 (A씨가 지난달 30일에 갔던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한) 1565명 전원에게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248명은 아직 통화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연락이 닿은 총회 참석자들에게 자가격리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며 각지역 보건소에서도 이날부터 연락이 갈 것이라고 안내했다.

연락을 받은 시민들은 대체로 격리 요구에 수긍했으며, 일부는 A씨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사실을 늦게 통보받은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A씨가 참석한 또다른 행사인 병원 심포지엄 참가자를 비롯해 A씨가 방문했던 송파구 대형쇼핑상가인 가든파이브, 패스트푸드점에서 접촉한 시민의 명단은 아직 추가로 확보된 게 없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이제 메르스와의 싸움에서 전면에 나선 이상, 신속하고도 단호한 자세, 조치를 취하려 한다. 이건 전쟁 아닌 전쟁”이라며 이 과정에서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명과 안전을 지켜낼 책임이 우리한테 있다“고 말했다.


서경원ㆍ최진성ㆍ박혜림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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