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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에 책임 묻겠다’는 35번 환자, 손해배상 가능할까?
[헤럴드경제=강승연ㆍ김진원 기자]“서울 한 대형병원 의사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시민 1500명 이상과 직ㆍ간접적으로 접촉했다.”

서울시가 4일 발표한 35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이자 의사인 A씨에 대한 내용이다.

이후 A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A씨와 서울시 간의 법정 공방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A씨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드러나거나 추정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피해자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허위사실 적시 행위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고 돼있다. 바꿔 말하면 피해자의 신분을 추정할 만한 정황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엔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김경진 변호사는 이와 관련 “서울시에서 밝힌 내용만으로는 A씨가 어느 병원에서 일하는지, 담당 과목이 무엇인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A씨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어 명예훼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박 시장에게 (A씨 접촉에 따른 전염 가능성 등을) 사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 해당 의사의 명예를 훼손시키려거나 하는 고의성이 있었다고 하기는 힘들다”면서 “또 공익을 위해서 발표했다는 목적 등이 고려된다면 (승소하기) 더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부장판사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 등으로 쟁점을 바꿔서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업무를 어떻게 방해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아직 없는 상황이라 역시 이 부분도 해당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4일 밤늦게 긴급브리핑을 열고 A씨의 동선을 공개했다.

A씨가 29일 기침 등의 가벼운 증상이 시작됐으나 병원에서 계속 근무했고, 30일 오전과 저녁에는 각각 한 의학심포지엄과 재건축 조합 총회에 참석했다는 것이었다. 박 시장은 “조합 총회 참석자 1565명의 명단을 일단 확보해 자발적 자택격리 조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 직후 인터넷에선 “의사 자질이 궁금하다”, “의사 면허를 박탈하라”며 A씨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자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자회견 전에 저한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전화 한 통 건 적이 없다”면서 자신이 엉뚱한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박원순 시장, 이번에는 틀렸다. 그리고 저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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