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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캐시미어 늑대’, ‘실리콘밸리 사무라이’…슈퍼리치들의 ‘살벌한’ 별명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민상식 기자]자산 123억 달러의 호주 최고 부호 지나 라인하트 핸콕 프로스펙팅 회장의 별명은 철의 여인(Iron Lady)이다.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세계 최대의 철광석 생산회사를 키워낸 사업가로서의 배짱을 높게 산 현지 언론이 그녀에게 붙였다.

하지만 그녀에겐 또 다른 별명이 있다. ‘지나 더 헛(Gina The Hutt)’이다. 할리우드 SF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괴물 ‘자바 더 헛(Jabba the Hutt)’에서 따온 것으로, 한때 체중이 많이 나갔던 지나의 외모가 괴물과 닮았다는 뜻에서 생긴 것이다. 부자인 그녀가 탐욕스런 모습을 보일 때 호주의 네티즌들은 이 별명으로 그녀를 조롱하기도 한다.

각국을 대표하는 슈퍼리치들에게는 별명이 있다. 막대한 재산을 손에 쥐고 자국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부들에게 대중과 미디어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별명을 붙인다. 동경과 존경, 비판과 냉소의 마음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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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의 사무라이’…사업 스타일이 곧 별명=멕시코를 대표하는 ‘세계 2위의 재벌’ 카를로스 슬림(자산 771억 달러) 텔멕스 회장의 별명은 ‘미다스 왕(El Rey Midas)’이다. 만지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손을 가졌다는 그리스신화 속의 인물이다. 슬림이 손대는 산업마다 성공시킨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숨은 뜻도 있다. 슬림이 통신, 금융, 호텔, 병원 등 문어발식으로 자국의 거의 모든 산업을 장악하는 것을 비꼬는 측면도 있다. 신화 속 미다스 왕은 결국 자신의 딸마저 황금으로 만들어 버린다.

세계 명품산업의 리더인 베르나르 아르노(372억 달러) LVMH그룹 회장은 ‘캐시미어 속의 늑대(the wolf in cashmere)’다. ‘부드러운 캐시미어 속에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고 있다’는 뜻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회사를 ‘명품 제국’으로 키워내고, 가족중심 경영에 머물던 명품산업을 오늘날의 구조로 탈바꿈시킨 것을 두고 명품업계의 경쟁자들이 이렇게 불렀다.

이처럼 슈퍼리치들의 별명은 그의 사업스타일에 따라 붙여진 경우가 많다. 래리 엘리슨(543억 달러) 오라클 회장은 ‘실리콘 밸리 사무라이’다. 비즈니스 마인드가 다소 떨어지는 IT전문가들만 판치던 시절 강력한 사업가 마인드로 경쟁자들을 차례차례 베어버렸다는 의미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48억 달러)의 경우엔 ‘닥터 예스’다. 유머와 긍정의 마인드로 주변 사람들을 고양시킨다는 뜻에서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뜻도 있다. 그는 열두살 때 크리스마스 트리를 판매한 것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총 400가지 이상의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신 그에겐 룰이 하나 있다. 자신을 보좌하는 사장은 반드시 ‘미스터 노’를 고용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에 ‘안됩니다’고 직언할 수 있는 사장을 그는 선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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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디자이너 토리 버치(10억달러)의 별명은 마이티 마우스다. 70~80년대 방영됐던 TV애니메이션속 쥐 캐릭터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적들을 물리치는 슈퍼쥐의 모습이 그녀와 닮아 주변사람들이 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이자 킹덤홀딩스의 오너인 알왈리드 빈 탈랄 회장(226억달러)은 ‘붉은 왕자’다. 보수적인 이슬람국가 사우디 왕가의 인물답지 않게 전용기로 세계를 누비면서 과감하고 진보적인 성향의 투자를 잘하는 그의 모습에서 따왔다.

마윈(227억 달러) 알리바바 회장의 경우는 남들이 부르는 별명과 자신이 불러주길 원하는 바가 다르다. 중국이나 미국의 미디어는 그의 이름을 따서 ‘미친 잭(Crazy Jack)’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마윈 본인이 원하는 별명은 ‘풍청양’이다. 마윈이 존경하는 중국의 문호 김룡의 무협소설 ‘소오강호’에 등장하는 ‘절세 고수’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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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VS 아이언맨, ‘현인’에서 ‘장의사’까지=홍콩 최고의 부호 리카싱(333억 달러) CKH홀딩스(전 청쿵그룹) 회장의 별명은 ‘슈퍼맨’이다. 부동산, 금융, 호텔 등 땅덩어리 좁은 홍콩을 기반으로 거대 제국을 일궈낸 그를 두고 붙여졌다.

반면 엘론 머스크(120억 달러) 테슬라모터스 회장은 ‘아이언맨’이다. 알려진 대로 영화 아이언맨의 캐릭터는 머스크에게서 따왔다. 전기차, 우주여행 등 첨단 산업에 거리낌 없이 도전하는 그의 모습이 영화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영감을 줬다. 이제는 역으로 캐릭터가 그의 별명이 됐다.

금융 거부들의 사례도 재밌다. 돈으로 돈을 버는 그들을 두고는 비판과 동경이 오간다. 워런 버핏(727억 달러)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별명은 알려진 대로 ‘오마하의 현인’이다. 철학이 있는 장기투자로 큰 부를 이룬 것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다.

반면 존 폴슨(112억 달러) 폴슨앤컴퍼니 회장은 최근 ‘장의사(the undertaker)’가 됐다. 한때는 기록적인 투자 수익을 기록하면서 ‘헤지펀드의 제왕’이라 불렸지만, 몇년 새 엄청난 규모의 금투자 실패를 기록하면서 여러 사람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는 의미에서 장의사란 내키지 않는 별명이 생겼다. 다만 존 폴슨은 최근 하버드대 공대에 4억달러(4429억원)를 기부한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지 소로스(242억 달러)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의 경우엔 한 술 더 뜬다. ‘은행을 파산시킨 남자(The Man Who Broke the Bank)’라는 긴 별명을 가지고 있다. 환투자, 개발도상국 중앙은행 공격 등을 통해 큰돈을 번 그를 비판하는 표현이다.

동양권 부호 가운데는 이름에서 별명이 유래된 경우가 많다. 게임계의 기린아 마화텅(161억 달러) 텐센트 회장은 ‘포니(Pony)’, 즉 조랑말이다. ‘마(馬)’씨인 그가 젊은 나이에도 거침없이 세계 게임계 최고의 부자로 올라선 것을 두고 미디어와 주변사람들이 붙였다. 일본의 3위 거부인 미키타니 히로시(87억 달러) 라쿠텐 회장은 ‘미키 마우스’다. 원래는 그의 성인 미키타니(三木谷)의 앞부분인 ‘미키’가 별명이었지만 아예 미키 마우스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의 이름이 별명이 된 슈퍼리치들도 적지 않다. ‘어디의 누구’ 같은 식이다. 대표적인 이가 인도의 철강 재벌 락시미 미탈(135억 달러) 아르셀로미탈 회장이다. 그의 별명은 ‘캘커타의 카네기(Carnegie of Calcutta)’. 같은 철강업종에 종사한다는 까닭에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의 이름이 차용됐다. 샤오미의 레이쥔(132억 달러) 회장은 ‘레이 잡스’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샤오미가 애플처럼 스마트폰 산업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샤오미의 제품이나 OS가 애플을 지나치게 따라하고 있다는 빈정거림의 뜻도 담겼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대기업 오너들에게는 별명이 별로 없다. 가장 많은 것이 ‘은둔의 회장님’ ‘은둔의 경영자’다. 그만큼 재계 오너들이 미디어나 대중 앞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때문에 글로벌 미디어들에 우리나라의 기업가들은 ‘미지의 기업인’인 경우가 많다. 그나마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을 월스트리트저널이 ‘칭기즈 김’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을 정도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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