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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때 그 좌절, 그 분노가…학부모들이 떨고있다
의사등 5명 메르스 양성확인…환자 35명으로
유치원·초·중·고·대학 703곳 휴업조치
수학여행·현장학습·수련회 잇단 취소
휴교도 엇박자…정부 무능행태 또 반복


학생도 학부모도 떨고 있다. 학교도, 학원도 문을 닫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메르스 포비아(phobiaㆍ공포증)’가 온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검사 결과 의료인 2명을 포함해 5명이 양성으로 추가 확인돼 전체 확진환자 수가 35명으로 늘었다고 4일 발표했다. ▶관련기사 2·3·4·10·21면

학부모의 불안은 상상 이상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서 느꼈던 좌절과 분노가 재차 살아난 분위기다. 휴교 여부 조차도 부처간 엇박자를 내는 정부의 무능한 행태속에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엄마ㆍ아빠 뿐이라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문을 닫는 학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휴업 중이거나 휴업을 결정한 전국의 유치원, 초ㆍ중ㆍ고교, 대학은 모두 703곳(유 262곳ㆍ초 356곳ㆍ중 58곳ㆍ고 11곳ㆍ특수 12곳ㆍ대학 4곳) 이다. 불과 만 하루 전(210곳)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휴업 학교 소재 시ㆍ도도 경기와 충청권에서 서울, 강원, 경남 등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서울 대치동 인근 초등학교들이 잇달아 휴업하면서 학원들도 대부분이 휴강했다.

휴업ㆍ휴강뿐만이 아니다. 현장학습, 수학여행, 축제, 수련회 같은 학교의 단체 활동도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미 학교 100여 곳이 수학여행을 취소했거나 연기했다. 나아가 각 시ㆍ도 교육청도 단체 활동을 자제해줄 것을 일선 학교에 당부하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는 딴 소리를 내며 혼란을 부채질 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휴교나 휴업은 위기경보 ‘경계’ 단계에서 작동하는 방안이지만 예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방침이 공개되고 불과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아 복지부는 다른 입장을 내놨다. 권준욱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학교가 휴업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위기와 불안속에 중심을 잡아줘야 할 부처가 딴 소리를 내며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 것이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무능한 행태와 닮은꼴이다.

지난 몇 년간 학부모는 여러 위기를 지켜봐야만 했다. 몇 해를 주기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신종플루 등 감염병이 잇달아 창궐했고, 지난해 ‘세월호 참사’는 200명이 넘는 고교생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에 대한 불신과 함께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높아져 사회적인 불안감의 크기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들의 잇단 휴업으로 여름방학 단축, 학사일정 차질 같은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충청권 대학의 한 간호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현장 실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다면 학사일정 차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성명을 통해 “보건 전문 지식이 부족한 학교장에게 재량 휴업에 대한 판단을 맡기는 것은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휴업을 하는 학교는 수업 결손 보충 계획을 편성하게 해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지만, 학사일정 차질, 부실 수업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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