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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괴담’ 유포, 처벌 대상일까?
법조계 “형법상 업무방해죄-신용훼손죄해당”
실제 형사처벌까지 가능할지는 부정적 견해


“메르스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학부모님들께 알려드립니다. ○○구 △△동 □□주상복합 3층에 위치한 ◇◇의원 원장과 인근 주민 한 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해당 병원을 방문한 학부모님이나 학생들은 세심한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XX공장에서 메르스 의심환자 발생. 보건복지부에서 확진 판정 환자와 접촉이 의심되는 직원들을 확인하고 사측에 통보, 격리조치 검토 중.”

3일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는 이른바 ‘메르스 괴담’의 일부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가 30명으로 늘어나면서 불안에 떠는 시민들은 인터넷과 SNS로 메르스 관련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명이나 지역을 자세히 소개한 것부터 서울시 일선 구청에서 작성됐다고 하는 공문까지 다양한 종류의 괴담이 나도는 상황이다.

정부는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나 괴담 유포자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최근 “메르스 관련 글들을 모니터링해서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를 벌이겠다”고 엄포를 놨다. 실제로 괴담에 등장한 모 병원이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과 페이스북 괴담과 관련해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메르스 괴담 유포가 형법상 업무방해죄 및 신용훼손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찰 단속을 넘어 실제 형사처벌까지 가능할 지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업무방해죄나 신용훼손죄는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에 성립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르스 접촉 병원 명단 유포자를 처벌하려면 해당 병원 모두 감염자가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괴담 유포의 고의성을 입증하기도 어렵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 통신을 한 자’를 처벌토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1항은 2010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메르스는 공기 중으로 전파된다’ 같은 단순 허위사실 적시에 대한 법적 처벌근거가 희박하다는 얘기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괴담으로 특정 병원 업무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고 보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할 순 있다”면서 “전기통신법이 ‘미네르바 사건’으로 위헌 결정이 나면서 업무방해죄나 신용훼손죄 판단은 결국 고의성 입증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 건강 관련 괴담에 대한 판례에서도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MBC방송 ‘PD수첩’ 제작진은 2008년 광우병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도로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부터 대법원까지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은 “보도가 국민의 먹을거리에 대한 정부정책이라는 공공성ㆍ사회성을 지닌 사안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허위사실로 인정된 부분도 악의적 공격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자신을 전경대원으로 속이고 ‘전경도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인터넷 라디오 사연을 보낸 50대 남성도 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허위사실 적시로 인해 전경 개개인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근본적으로 변동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정부의 엄단 방침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용민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는 보건권 같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권리”라면서 “메르스 환자 수가 세계 3위에 달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까지 막는 건 너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보 공개 대신 단속과 처벌만 앞세우고 있는 정부로 괴담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찬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숨기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면서 “정부가 질병 확산을 막는 모습을 보이면 괴담은 유포 속도처럼 빠르게 사라질텐데, 정부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연ㆍ김진원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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