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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에 가족관계도 균열?…“아이머리 쓰다듬지 말았으면…”
외출잦은 시아버님…아이 만지고 보듬고…애들 앞에서 기침까지
심리적 불안감 덩달아 확산



#. 일산에 사는 주부 오모(37) 씨. 얼마 전부터 시부모님과 합가해 살고 있는데, 경기도에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발생됐다는 소식을 들을 뒤론 계속 마음이 불편하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시는 시아버님이 외출이 잦으신데, 집에 돌아오셔선 손도 잘 안 씻으시고 그 손으로 아이들 머리도 쓰다듬고 얼굴도 만지시는 걸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애들 앞에서 그냥 기침하시는 시어머니도 사실 불만이다.

퇴근한 남편에게 말씀을 드려보라고 채근해보지만 유난떨지 말라는 반응에 더 속상하다. 시부모님도 밉고 남편도 밉다.

‘메르스 공포’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에 가족 관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그간의 감염 경로를 보면 가족도 경계대상이 될 수 있어 지나친 전염 예방차원에서 나타나는 의견 차이가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회사를 다니는 박모(41) 씨는 당장 이번 주말이 걱정이다. 인도여행 중이신 부모님이 공항에서 집으로 오셔서 하루이틀 머무시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나랑 와이프는 괜찮은데 아직 돌도 안된 애기가 걱정이 된다”며 “아내는 말씀을 드리라고 난리인데, 괜히 극성이라며 기분나빠하실까봐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식, 돌잔치, 칠순잔치 등 가족 행사에 참석해야할지, 또 예정대로 치러야 할지 등도 가족ㆍ친지 관계의 틈을 만드는 고민거리다.

경기도 동탄에 사는 주무 김모(31) 씨는 “아홉달 된 딸 아이가 있어 오는 주말 시아버지 칠순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딸애가 첫 손주라 시부모님이나 친지들이 서로 안아보시겠다고 하실게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메르스 공포’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에 가족 관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그러면서 “다들 대중교통을 타고 오신다고 하는데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애를 맡아주시는 친정엄마도 안심하지 못하는 ‘직장맘’들도 있다. 키워주시는 것을 생각하면 죄송할 따름이지만, 혹시나 하는 부주의로 아이가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서경원ㆍ이세진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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