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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릴수록 확산되는 메르스 ‘병원괴담(怪談)’
정부 정보독점이 무분별한 괴담 양산

[헤럴드경제=서경원ㆍ최진성ㆍ이세진 기자]정부가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접촉병원에 대한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선 확인되지 않은 괴담수준의 병원 리스트들이 떠돌고 있다. 

보건당국의 정보 비공개 방침으로 불안한 국민들이 괴담에 귀를 기울이는 등 부작용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정부의 병원명 미공개 방침이 재확인되자 비공식적인 루트로라도 알아야겠다는 위기의식이 더 고조돼 출처가 불확실한 여러 버전의 리스트들이 괴담(怪談)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이번주초부터 한 병원 응급실에서 찍었다는 ‘메르스 접촉병원 리스트’가 나돌았다. 실제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된 지역에 소재한 병원들이라 믿을 수 있는 목록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병원명이 추가되거나 2·3차 감염자가 방문한 병원과 환자가 발생된 특정 회사명까지 포함된 새로운 버전의 리스트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했다.

환자나 사망자가 추가될수록 출처가 미확인된 이런 리스트들은 더욱 확대 재생산돼 해당 사항이 없는 병원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모 회사 직원과 특정 지역 교직원이 감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업계와 학교로의 확산설까지 나와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 떠도는 여러버전의 메르스 접촉병원 리스트들

상당수의 일반 국민들은 정부의 미공개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36) 씨는 “(보건당국 공무원들은) 자기들끼리 메르스 정보를 공유하면서 가족이나 친지에게 주의를 당부할 것 아니냐”면서 “일반 국민들은 세월호에서 안내방송을 기다리는 학생들과 뭐가 다르냐”고 비난했다.

‘A병원장이 메르스 확진환자로 판명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서울 한 자치구 주민 허모(여·34) 씨는 “정부나 서울시, 자치구 어느 곳에서도 A병원장의 메르스 감염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어떤 곳에서 메르스가 발병했는지 알아야 검진을 받든 대응할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넷에서도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글로 채워지고 있다.

아이디 baby****는 “병원 곳곳에 잠복기인 사람들이 메르스를 퍼트리고 돌아다닐지도 모르는데 (메르스 발병) 병원을 알려줘야 예방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nick****는 “국민 건강보다 병원 수익을 우선시하는 보건복지부가 존경스럽다”고 비꼬았고, sore****는 “국민이 죽어나가는 것보다 (메르스 발병) 병원 문 닫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인터넷과 SNS에 떠도는 여러버전의 메르스 접촉병원 리스트들

메르스 병원에 대해 정부만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엄연한 ‘정보독점 행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반 국민과 달리 공무원 집단만 메르스 정보를 공유하면서 정작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메르스 발병 지역 주민들은 감염에 무방비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메르스 병원을 밝히면 근저 주민들을 중심으로 공포가 증폭될 수 있고 해당 병원이 낙인이 찍히는 등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메르스 환자를 신고해야 할 병원들이 경영상 피해를 막고자 은폐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을 살리려다 다수의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밝히지 않을수록 우후죽순 퍼져나가는 미확인 병원 리스트로 되레 엉뚱한 병원들까지 문 닫게 만들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보건 당국의 정책에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개미 한마리 못 들어오게 하겠다’는 식의 과장 섞인 말보단 국민들에게 제대로 어떤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걸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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