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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속되는 6.25 소송戰…그때그때 기준 달라 혼란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한국전쟁 중 육군이 마을주민 86명을 친북세력으로 오인해 집단사살한 ‘문경학살’로 부모형제를 잃은 채모(76)씨 등은 6년동안 지법에서 대법원까지 수십차례 재판정을 드나들었다. 책임소재와 소멸시효 등을 놓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4억 600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았다. 소송의 양태에 따라, 다른 사건 유족들은 더 받기도, 덜 받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지 62년이나 지났지만 민간인 학살 피해 유가족들의 소송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사 진실규명활동이 이뤄졌으나 관련법에 피해보상과 관련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정부나 유족이나 힘겹고 지리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재판 결과는 법원 마다, 심급 마다, 판사 마다 제각각이다. 피해보상의 기준을 담은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관련 법안은 수년째 국회에 묶여있다.

2010년 활동이 종료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전쟁 기간 동안 6712건, 총 3만 5813명의 민간인 집단 학살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위원회의 활동 근거가 된 과거사 법에는 진상 조사만 있지 피해 보상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유가족들은 민사소송에 매달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175건의 소송에 가액은 4598억원이다. 6712건의 유가족 3만 5000여명이 개별 소송 할 경우 건수 및 소송가액은 엄청날수 있다.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다.

지난달 말에만 ‘경산코발트광산 학살 사건’ 등과 관련된 피해자 유가족들이 항소심에서 62억원대, 인천상륙작전 직전에 이뤄진 ‘인천 근해 섬 주민 학살 사건’ 유족들이 10억원대 배상판결을 받았다. 거의 매달 ‘6.25 선고’가 내려지고 항소-상고가 이어진다.

일률적인 잣대가 없다보니 유족이든 정부든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가기 일쑤다. 대법원은 3일 강화 민간인 학살사건 유가족 전모씨 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소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며 “과거사위에서 진실규명결정을 했다면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소멸시효’ 논쟁만으로 상고심까지 지리한 쟁송을 진행했다. 소모전이 아닐 수 없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입법으로 일률적으로 해결 해야지 지금처럼 하나 하나 소송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거나 당초 진실화해위원회 관련 입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도 맞지 않다”며 “지금처럼 개인 대 국가의 소송을 이어지게 하면 당시 군인이나 경찰로 근무한 사람들에 대한 개인 대 개인의 소송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사회 통합이라는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과거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를 일괄적으로 배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나치의 피해가 컸던 독일, 군부통치를 경험한 아르헨티나ㆍ칠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는 1억 1000만원의 보상액을 정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이 대표적이다.

국회의원 36명이 기준과 범위를 담은 ‘한국전쟁민간인희생사건기본법안’을 2012년말 발의했으나 3년째 국회에 묶여있고 이 외에도 관련 법안 3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현안으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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