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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公, 적정가보다 20% 넘는 ‘웃돈’ 주고 하베스트 인수…檢 “민간기업보다 죄질 무거워”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이명박 정부 해외 자원개발 사업 중에서도 ‘최대 실패작’으로 꼽히는 하베스트 인수 건을 놓고 한국석유공사가 당시 예상 적정가보다 20% 넘는 프리미엄을 추가로 얹어주면서까지 무리하게 매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비롯해 공사 측이 하베스트의 적정가치를 사전에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하베스트 유전의 모습 (출처=산업통상자원부)

2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 전 사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09년 석유공사는 미화 39억5000만 달러, 우리 돈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캐나다 자원개발 업체인 하베스트 전체 지분(1억8226만647주)과 당초 계획에 없었던 하베스트의 정유부문 계열사 ‘노스애틀랜틱리파이닝(NARL)’까지 포함한 초대형 계약이었다.

하지만 몇몇 증권사 리서치센터 내부에서는 하베스트 인수를 놓고 “너무 비싸게 산 게 아니냐”는 뒷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개발(E&P)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척도 중에 ‘배럴당 가치’라는 지표가 있다.

전세계 기업의 E&P 부문의 시가총액을 확인 매장량으로 나눈 값으로, 당시 대부분 증권사들은 1배럴당 적정 가치를 12달러로 추정했다. 하지만 석유공사 측의 인수가를 같은 기준으로 환산하면 1배럴당 14.4달러가 나온다. 적정가보다 20% 가까운 프리미엄을 더 얹어준 것이다.

당시 하베스트 주가에 비해서도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증권업계 측은 당시 인수가격과 관련 “토론토 증시에서 하베스트의 30일 평균 주가의 47%, 전일 종가에 비해 37%의 프리미엄을 줬다”고 분석했다. 기업 간 인수합병(M&A) 거래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대략 30% 정도 붙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17% 넘는 비용을 추가로 지불한 셈이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당시부터 북미 기업들이 원유 탐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비슷한 시기에 중국 국영기업 페트로차이나(Petrochina)가 추진한 ‘캐나다 애서배스카 프로젝트’에 비해서도 (석유공사가)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전날 강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6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앞으로 2~3차례 추가 소환 이후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하베스트와 NARL의 시장가치와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인수를 결정하면서 최대 1조3000억원대의 국고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08년 공기업 기관장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던 강 전 사정이 석유공사 인수 이후 이듬해 A등급으로 ‘점프’한 것에 대해서도 경위 파악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업무상 배임 혐의보다도 죄질이 훨씬 중하다고 생각한다”며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불법이익의 취득자가 누구인지 등의 관점에서 형사처벌 대상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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