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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外資밀물 제주…도민相生 개발 주력
9조3000억 6조5000억이 中자본
부동산 가격도 전년비 12.4%껑충

개발稅 도민위해 사용 철저관리
카지노 허용 엄격한 잣대 마련 등
도청·JDC 난개발 대책 모색중



지난 29일 오후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서귀포시로 향하는 길에 마주한 제주의 풍경은 차이나타운을 떠올리게 했다. 시야에는 들어오는 식당마다 2~3개에 한 개씩 한국어와 중국어로 병기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에서 중국인들이 단체로 움직이는 모습이나, 중국인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연간 제주를 찾는 유커(중국관광객) 수가 300만명에 육박한다”며 “2013년 이후 연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내외국인을 모두 합해 1000만명 정도이므로 관광객 셋중 한명은 중국인인 셈”이라고 말했다.
제주시에는 중국어와 한국어가 병기된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은 제주시내 중국 간판들이 즐비한 거리 모습.

제주도에는 2006년부터 법인세 등 세금감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립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제주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투자가 늘고 관광객 또한 급증했다. 특히 요우커의 증가가 가장 극적이다. 2000년 연간 5만명에 불과하던 게 지난해 286만명으로 폭증했다.

제주시 노형동에 거주하는 신모씨는 “제주도 인구가 60만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므로 어딜 가나 중국인이 눈에 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투자 규모면에서도 압도적이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지금까지 대규모 외국자본(50억원 이상)이 들어간 프로젝트는 21개(중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등이 모두 9조3000억원 투자)로 이중 17개가 중국 자본이다. 금액 기준으로 6조5000억원이나 된다.

초대형 프로젝트 중 최근 사업 속도가 빠른 곳은 지난 2월 기공식을 올린 제주 서귀포의 신화역사공원 개발사업이다. 250만㎡ 규모의 부지에 18억달러(1조9623억원)를 투자해 카지노, 콘도, 빌라 등 복합리조트를 짓는다. 싱가포르의 겐팅싱가포르와 홍콩의 란딩국제발전이 50%씩 지분을 투자해 람정제주개발이란 시행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마련된 신화역사공원 홍보관에서 만난 이동주 람정제주개발 부사장은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다”며 “신화역사공원 리조트 1차 개장은 2017년 하반기, 완전 개장은 2018년 하반기나 2019년초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화투자개발주식회사와 중국의 녹지그룹이 6대4로 지분 투자해 짓고 있는 사업비 1조원 규모 제주도 최고 높이 건축물인 드림타워 개발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제주도청의 요구로 58층 높이에서 38층으로 설계를 변경하고 막판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계 자본 주도로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제주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도의 토지거래는 10년전인 2006년 1만9473필지(4720만㎡)에서 지난해 5만9367필지(7424만㎡)로 크게늘었다. 아파트, 상가 등 건축물도 2006년 616호에서 2014년 2036호로 급증했다.

부동산 가격도 고공행진중이다. 지난해 제주시 땅값은 전년대비 평균 12.4%올랐다. 전년 상승률(4.3%)에 세배 가까운 수치다. 김동욱 제주대 회계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최근 3년사이 폭등했다”며 “부동산을 소유한 도민들은 이것이 거품이 아닐까 불안하고 소유하지 못한 도민들은 높은 집값 때문에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주도청과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는 외국자본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신화역사공원 개발사업 승인 조건으로 도민고용 80%, 도내 건설업체 50% 참여 등을 내걸었다. 이동주 부사장은 “시공은 100% 도내건설 업체들이 진행하고 인력의 80%인 6500명의 도민을 직접 고용할 것”이라고 했다.

도민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건 제주시내의 드림타워도 마찬가지다.

노형동 드림타워 사업현장에서 만난 현장 관계자는 “고층높이로 희망했지만, 경관을 해친다는 주민들의 우려를 고려해 높이를 낮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청 투자정책과 변태엽 과장은 “앞으로 진행되는 외국인 투자 사업은 내국인 고용 80%, 도내 생산 농산물 활용, 국내 건설업체와의 계약 등의 승인 조건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카지노 허용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마련하겠다는 게 제주시의 입장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기자와 만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허용하되 국제적 수준의 완벽한 감독을 통해 탈세가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15명으로 구성된 카지노 감독전담기구를 7월 출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지노가 세금을 투명하게 내고 이 돈이 제주도민들을 위해 제대로 쓰여 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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