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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쇼크>발생지역·의료기관 철저 비공개…시민들 분노 폭발
“불필요한 불안감 차단” 해명불구
되레 국민 위험 무방비 노출초래
전면공개 미국 대응 방식과 대조적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 지역과 의료기관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치고 있는 정부 방침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다.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무방비로 노출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들끓고 있다. 불필요한 불안 확산을 막는다는 정부의 해명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 2일 인터넷과 SNS을 통해 ‘메르스 환자 접촉 병원 명단’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정부의 비공개 방침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우리 정부의 태도는 지난해 메르스와 에볼라 바이러스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미국 정부의 대응방식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작년 미국에선 메르스에 이어 ‘죽음의 바이러스’로 불리는 에볼라 확진 환자가 잇달아 발생했다. 언론은 ‘피어볼라’(에볼라 공포)라는 신조어까지 사용해 가며 사태를 연일 대서특필했고 시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여기까진 현재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그 뒤 미국 정부의 판단은 달랐다.

미국 정부는 ‘전면 공개’ 카드를 꺼내들었다. 메르스ㆍ에볼라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해당 환자의 이름과 병원을 즉각 공개했다. 또 환자와 접촉한 가족과 주변인들에 대해서는 즉시 격리 조치를 취하는 등 발빠른 초동 대응에 주력했다. 지난해 5월 인디애나와 플로리다에서 발생했던 2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의 경우, 연방 정부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통해 각각 먼스터 커뮤니티 병원과 올랜도 필립스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시시각각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텍사스에서 메르스 의심환자가 나왔을 때도 주(州) 보건 당국은 이 환자가 처음 방문했던 병원은 물론 확진 판정과 격리 치료를 위해 이송한 병원까지 공표했다.

작년 9월 4명의 에볼라 환자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내 첫 확진 환자였던 라이베리아 출신 토머스 에릭 던컨의 경우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이 공개됐고, 그를 치료하다 감염된 이 병원 출신 간호사 2명은 각각 메릴랜드 소재 국립보건원(NIH) 치료센터와 에모리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완치되는 전 과정이 곧바로 발표됐다. 이런 미국 정부의 태도는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뉴욕 메디컬센터의 아더 케이플런 윤리소장은 컬럼비아저널리즘리뷰(CJR)에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제일 훌륭한 무기는 정보”라면서 “숨기는 데 급급하다간 ‘음모론’만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선진국도 전염병 발생 지역과 병원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며 현재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준욱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선진국에서도 감염병 발생 시 의료기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작년 사례와 비교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잘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원칙이라기보다 선택된 경향으로 봐야하고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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