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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 낳는 것도 서러운데 직장 눈치까지…난임부부들 ‘이중고’
‘작년 기준 난임부부 20만8000명…‘난임휴직’ 일반 직장인엔 언감생심
‘난임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부담…“사회문제로 인식, 제도적 지원을”



#. 결혼 3년차 직장인 김희진(32ㆍ가명)씨는 벌써 세 번째 난임 시술에 실패했다. 남편의 정자에 문제가 있어 두 차례의 인공수정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최근 시험관 시술에서도 좋은 소식을 얻지 못했다. 직장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에, 10여차례에 걸친 내원일마다 상사 눈치를 보며 병원을 다녔던 김 씨는 “상사에게 이러다 애 생기면 그만둔다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듣고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결국 이식일에는 업무 시간을 할애해 병원에 다녀와야 했다. 회사 복귀 후 야근도 했다. 그럼에도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는 오지 않았다. 시험관 피검사 전날 저녁부터 배가 싸르르 아프더니 갈색 피가 비쳤다. 다음 날에는 생리까지 했다. 김 씨는 “7월에 2차 시험관을 준비하려 하지만, 반복되는 희망고문에 지쳐간다”면서도 “이보다 더 걱정되는 건 동료ㆍ상사 눈치를 보며 병원을 가야 하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난임부부는 총 20만8000여명에 달한다. 2007년 17만8000여명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난임부부들은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고통과 더불어 직장 동료ㆍ상사에 대한 눈치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난임 시술을 위해선 평균 8~10여차례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진료 시간은 5분 가량이지만, 의사가 중간에 시술이나 수술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 대부분 예약 시간 도착 후에도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에 일부 병원 등에선 직장인 여성 등을 위해 이른바 ‘모닝 진료’까지 등장하고 있다.

난자 채취나 이식 등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는 과정에서 휴식이 불가피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난임으로 벌써 몇 년째 병원을 다니고 있는 직장인 A 씨는 “회사에 어느 부서 누가 시험관 시술을 했다더라, 총 몇 명이라더라, 이런 얘기가 돌고 있는데 당당하게 난임시술 받는다 얘기할 수 있겠냐”며 난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남성의 경우엔 휴가를 내기가 더욱 어렵다. 호르몬제 등을 투여하는 시술 특성상 기분장애, 두통, 숨가쁨, 복수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 만큼 남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휴가를 내겠다고 하면 “유난이다”라는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다. “둘 중 누구에게 문제가 있느냐”는 관심도 부담이다.

난임 시술 성공률이 30% 정도에 불과한 것도 문제다. 2차, 3차 시도를 하는 경우가 적잖다. 그 때마다 회사 동료들에게도 몇 번씩 양해를 구해야만 한다. 이같은 스트레스는 시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 다시금 시술을 반복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에 난임으로 고통받는 일부 공무원들은 난임이 질병 사유에 포함된 만큼 휴직을 하기도 하지만, 일반 직장인의 경우엔 언감생심이다. ‘난임 휴직’은커녕 질병으로 인한 휴직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회 회장은 “경제불황 등으로 결혼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난임을 개인만의 문제로 돌리는 건 문제”라면서, “저출산 시대에 물적ㆍ심적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아이를 낳겠다는 부부들에게 난임휴가와 같은 지원 및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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