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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뱃값도 카드로 긁는 시대
담배 한 갑에 2500원하던 시절. 편의점에서 담배를 살 땐 주머니 속 잔돈을 털어서 샀다. 2500원 짜리 담배 한 갑 사면서 카드 내기가 뻘쭘하기도 했다. 500원짜리 껌 하나 추가해도 3000원이니 현금으로 낼 만 했다. 하지만 요즘 담배값이 4500원으로 오르고 나서는 신용카드도 개의치 않는다. 담배 2갑을 한 번에 사면 족히 1만원 돈이다. 카드를 내밀어도 눈치 볼 필요가 없어졌다.

담배값 인상이 ‘담배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시대’를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소액화 되는 신용카드 결제금액을 더 낮추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선에선 담배를 신용카드로 계산하려는 소비자와 “남는 것이 없다며 현금으로 결제하라”는 점주와 승강이를 벌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최근 여신금융연구소가 발표한 4월 카스승인실적을 보면 편의점의 카드 승인금액은 전년 동월대비 51.3% 증가했다. 다른 유통관련업종인 대형 할인점 4.8%, 슈퍼마켓 13.4%, 백화점 10.8%의 증가율과 비교하면 턱없이 높은 증가율이다.

이처럼 편의점의 카드 승인금액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담배값이 인상된 올해부터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편의점의 카드승인금액은 1조8300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35.2%가 늘었다. 대형할인점(0.5%), 슈 퍼마켓(12.1%), 백화점(6.3%) 등에 비해 증가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또, 담배값 인상은 편의점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편의점은 담배값 인상에 따른 담배판매액 증가 등으로 매출이 지난해보다 28.4% 상승했다. 담배 등 기타부문 매출은 53.5% 늘었으며, 즉석·신선식품 17.0%, 생활용품 16.1%, 가공식품 14.0% 상승했다. 담배로 인한 편의점 매출 증가는 지난 2월부터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매출이 급증했음에도 막상 편의점 업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떨어지는 ‘콩고물’이 줄었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편의점에선 담배값을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것을 놓고 종종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한 편의점 업주는 “2500원짜리 담배 한 갑 팔 때 로열티 등을 제하면 마진이 180원 가량 남았는데, 담배값이 4500원으로 오른 후 카드로 계산하는 사람이 늘면서 카드 수수료를 떼주고 나면 마진이 오히려 140원 안팎으로 줄었다“면서 “2500원 할 때는 손님들이 양심상 현금으로 계산했는데, 이제는 거리낌없이 카드로 계산한다”고 말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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