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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수(半修)의 경제학>1인당 1000만원 손해..그래도 SKY라면
올해 반수생 6만5000명 어림잡아도 사회적 기회비용 5414억원
“또래보다 학번 1년 밑으로 내려가지만 원하는 대학이라면 OK”
“명문 대학 배지는 장래 보장…학벌 위주 사회 폐해“ 분석 나와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지난 3월 서울 소재 한 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한 김정훈(19ㆍ가명) 씨는 최근 반수(半修)를 결심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물수능(쉬운 수능)’이라 실수로 희망했던 대학에 가지 못했다고 생각을 떨칠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기당 등록금(400만원 가량) 부담이 만만치 않아 2학기에는 휴학할 계획이다. 김씨는 “6월부터 재수 학원에 다니면 수능 때까지 (학원비가)500만원 넘게 들지만,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면 상관 없다”고 말했다.

오는 4일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시작되면서 상당수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반수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 사진은 노량진의 한 재수학원. [헤럴드경제DB]

오는 4일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시작되면서 상당수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반수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 이들이 반수를 결심하면 500여만원의 재수 비용이 들고, 기존에 낸 1학기 등록금을 날리는등 1000여만원이 넘는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학벌 위주 사회에서 ‘SKY(서울ㆍ고려ㆍ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 배지는 개인의 장래를 어느 정도 보장해 주는 ‘상징’인 만큼 반수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일 교육계와 입시 업계 등에 따르면 반수생은 2013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6만9364명, 2014학년도 6만1991명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인 2015학년도에 6만6440명으로 크게 늘었다.

수능이 쉬워지고 있는 데다, 재수생들이 수시 전형 중 논술 위주 전형을 적극 공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입시 업계는 올해도 ‘물수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반수생이 전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수생은 같은 해 수능에 응시한 재수생 중 6월 모의고사 재수생 응시자 수를 뺀 숫자로 추정할 수 있다.

대부분 반수생은 1학기가 끝난 뒤 휴학계를 내고 반수에 들어가, 6월 모의고사 대신 9월 모의고사부터 응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해 대학의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은 333만원이었다.

올해 반수생을 6만5000명으로 어림잡아도, 1학기에만 등록금으로 2164억원이 들어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의 재수 학원 비용은 월 100만원씩 수능까지 5개월간 500만원만 잡아도 325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5414억원의 국가적인 사회적 기회비용이 반수에 들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반수는 그런 점을 충분히 상쇄한다. 입시 업계의 추산으로는 지난해 서울 지역 반수생 10명 중 6명 가량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는 4일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시작되면서 상당수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반수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 사진은 고3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보고 있는 모습. [헤럴드경제DB]

한국교육개발원의 ‘2013 한국교육종단연구: 대입 재수생의 특성과 성과 분석‘ 보고서에서도 재수생의 58.6%, 반수생의 21.6%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성공하는 반수생은 대부분 비(非) 수도권 대학생은 수도권 대학으로, 수도권 대학생은 ’인 서울‘ 대학으로, ‘인 서울’ 대학생은 이른바 SKY 대학 등으로 각각 ‘학벌 점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입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반수생은 재수생과 마찬가지로 ‘수시는 논술, 정시는 수능에 올인’ 전략으로 학교생활기록부 등 내신에도 신경써야 하는 재수생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올 수능도 전년처럼 EBS 방송ㆍ교재와 70% 연계 출제돼 준비에 부담이 덜어지는 만큼 반수의 유혹은 더 커져가고 있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반수를 국가적 비용 낭비라고 하지만, ‘학벌 사회’에서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보다 어렸을 때부터 학생들이 진로 교육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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