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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기능식품 세계의 ‘민낯’…“97%가 효능 장담 못해”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백수오 사태’로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맹신에 대한 자성론이 나오는 가운데, 건기식의 허가 원료 중 확실한 효능이 인증된 종류는 3%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백수오 파동 이후 진짜 백수오에 대한 효능 논란이 일고 있는 것처럼 이같은 결과는 과열된 마케팅 경쟁으로 마치 먹기만 하면 반드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처럼 과대포장됐던 건기식 세계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4년 12월말 현재 건기식의 기능성 원료로 등록된 성분은 총 243개(중복포함)다.

식약처는 이들 성분을 효능에 따라 총 4가지 순위로 분류하고 있는데 최고 단계는 ‘질병발생 위험 감소 기능’으로 특정 질병을 방지하는데 효과가 있는 원료를 가리킨다.

나머지 순위는 다시 생리활성기능 1~3등급으로 나뉘는데 1등급은 ‘OO에 도움을 줌’이고 2등급은 ‘OO에 도움을 줄 수 있음’, 3등급은 ‘OO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관련 인체적용시험 미흡함’에 해당된다.

다시 말해 갱년기 건강, 체지방 감소, 항산화, 혈당조절 등 해당 효과를 100%로 담보할 수 있으면 생리활성기능 1등급을 주고, 함유 성분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근거가 있으나 임상실험에서 실제 효과를 낸 적이 있으면 2등급, 효능 가능성은 있지만 임상실험 근거가 없을시엔 3등급으로 나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기능성 원료들이 이 생리활성기능 2ㆍ3등급에 분포돼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수많은 건기식을 먹어도 효능을 담보받을 수 없고, 상태가 호전되도 실제 효과를 봐서인지 단순한 위약효과인지 과학적으로 분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두 등급엔 무려 236개(각각 200개, 36개)의 원료가 포함돼 있어 전체 기능성 원료의 9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백수오 추출물이나 대표 건기식 원료인 홍삼, 오메가-3 지방산,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등도 모두 생리활성기능 2등급에 들어가 있다.

반대로 최고 순위인 질병감소 기능 원료는 단 한개 뿐이다. 그것도 충치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을 주는 자일리톨이다.

생리활성기능 1등급 원료도 눈 건강에 도움을 주는 루테인ㆍ지아잔틴 복합추출물 등 6개 뿐이다.

명승권 대한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장은 “생리활성기능 2등급에 해당하는 건 임상시험이 한 건만 있으면 허가를 내 줄 수 있는 조건이 되고, 3등급은 실험연구나 동물연구만 있으면 된다”며 “건기식의 등급과 인정 기준이 너무 비과학적이고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식약처는 이같은 기능성 원료로 현재까지 허가된 건기식 제품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집계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처 건강기능식품과 관계자는 “건기식 허가는 각 지방청별로 진행하고 있고, 한 제품에도 여러 성분이 들어가 등급이 중복으로 매겨질 수 있어 통계를 매번 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건기식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2014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건기식 시장의 규모는 1조3500억원으로, 최근 5년 연평균 성장률 10.06%를 기록하고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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