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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박종구]위기의 한국 제조업
우리나라 제조업이 위기다. 제조업은 국민경제에서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해 왔다.

제조업은 국가 산업 경쟁력의 기반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원천이다. 그동안 성장의 3분의 1 이상을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적절한 성장 전략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공장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고, 중국은 턱밑까지 바짝 따라왔으며, 일본은 ‘엔저’ 덕에 경쟁력을 대폭 회복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앞다퉈 제조업 재건에 나선 것은 ‘제조업 성장→고용 창출→성장동력 제고’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 전문가 스티븐 레트너는 이를 ‘제조업의 르네상스’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 견지에서 제네럴 일렉트릭(GE)의 구조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8년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GE는 본업인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CEO(최고경영자)는 지상파 채널 NBC를 2010년 매각했다.

지난해에는 GE의 자존심인 가전사업부를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에 팔았고, 지난달에는 265억달러 상당의 보유 부동산을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넘겼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42%를 창출하는 GE캐피탈도 처분하기로 했다. 제조업 명가로 거듭나고 있는 GE의 변신은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일본 제조업의 부활도 눈부시다. 도요타자동차는 2년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원가 개선과 생산 효율화 노력을 통해 1조8000억엔의 비용을 줄였다. 환율이 떨어져도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강한 기업 체질을 갖추게 됐다.

히타치의 부활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금융위기 이후 발빠르게 구조조정에 나선 히타치는 적자에 허덕이던 하드디스크와 TV 사업에서 철수해 부실을 대폭 털어냈다. 전력시스템 등 인프라 부문의 비중을 끌어올려 세계 3대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제조업은 안팎으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생산성 대비 임금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고용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다. 미국 경제가 경쟁력을 회복한 것은 유연한 고용구조 덕분에 기업의 복원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경제학자 게리 베커의 말처럼 노동시장의 경직성이야말로 노동생산성 향상에 최대 장애물이다.

고용유연성 제고에 역점을 둔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독일을 유로 경제의 챔피언으로 만들었고, 실업률을 2000년 10%에서 올해 2월 4.7%로 끌어내렸다. 스페인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도 임시직 고용을 쉽게 하고 해고 기준을 완화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인데 기인하고 있다.

애플 같은 세계적 ‘스타 기업’이 못 나오는 것은 과도한 규제 탓이 크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160가지 혜택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규제가 들어온다는 푸념은 규제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4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제도 부문 종합 순위를 82위, 정부 규제 부담을 96위로 평가한 바 있다. ‘암 덩어리’라는 규제의 과감한 철폐 만이 경쟁력 회복의 지름길이다.

주요 경쟁국인 중국과의 기술격차도 빠르게 줄고 있다. 주요 10개 업종의 기술격차가 2년 미만으로 줄었다. 바이오 0.7년, 반도체 1.3년, 자동차 1.4년, 조선 1.7년 등 주요 산업에서 우리의 기술 경쟁력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이 이제는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됐다.

GE는 최근 미래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산업 인터넷, 스마트공장, 집단지성을 신(新)산업혁명을 주도할 3대 핵심기술로 제시했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제조공정 기술에서 나온다. 기술혁신과 생산성 제고가 시급한 까닭이다.

싱가포르가 서비스 부문에 대한 과다 의존을 경계하고 제조업 경쟁력 유지 정책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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