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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처럼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成리스트 수사 부실 논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문무일 수사팀이 초심을 잃은 것인가, ‘유언(遺言) 수사’의 한계인가.

‘8인의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ㆍ사진)이 출범한지 1일로 꼭 50일이 지났다. 하지만,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불구속 기소한 것 외엔 이렇다할 성과가 없고,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6인의 의혹과 관련해 중요한 단서가 되는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 등이 수사 착수 40일이 지난 후에나 이뤄지는 등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문 검사장은 수사팀이 차려진 지난달 13일 “이 사건이 갖는 중요성이나 파장을 잘 알고 있다. 다른 것을 생각할 여지가 없다. 오로지 수사만 생각하고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수사는 메모지에서 시작하지만, 종국에는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것을 볼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수사 대상과 범위를 한정 짓지 않고 있다. 제한 없이 자료를 검토 중이고, 수사 대상이 나오면 (메모지에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라도) 수사 논리에 따라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수사 초기 구체적 단서가 발견된 것은 이완구 전 총리,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 관한 의혹이었고,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나 자살전 언론사 제보 녹취록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홍준표 지사쪽 2억 전달자가 나왔다.

녹취록에는 허태열, 김기춘 두 전직 청와대비서실장에 대한 의혹은 비교적 자세하게 나왔다. 아울러 “2012년 대선 직전, 성 전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 핵심측근 인사 2명에게 각각 3억원, 2억원을 건넸다”는 경남기업 한 협력업체 관계자의 구체적인 언론 제보도 있었다.

검찰은 그러나 이 전 총리-홍지사를 제외한 6인의 핵심 참고인과 관련 있는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수사 착수 50일 가까이 지난 시점에야 홍의원 측근인 김모씨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지난 주말을 이용해 김씨를 세차례 조사하는 늑장 수사를 벌였다. 아직 나머지 5명과 관련해서는 ‘수사의 ABC’라고 할수 있는 출국금지와 압수수색 등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힘겨운 전쟁을 벌여야 하는 검찰의 의지가 날이 갈수록 퇴색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비아냥에서부터 “한상률, 천신일, 민간인사찰,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때처럼 ‘고의 부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섣부른 진단까지 들린다.

‘검찰은 정권의 개’라는 풍자는 건국이후 수십년간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선다’는 의지를 모으게 하는 자극제였다. 한동안 살아있는 권력의 심장부를 겨냥하기도 했던 검찰은 2009~2010년 ‘고의 부실 수사’ 의혹으로 가장 혹독한 비판에 직면했다.

참여정부 MB정부 두 개 정권에 걸쳐 국세청장을 역임했던 한상률씨를 둘러싸고 숱한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은 2009년 대응을 못한건지, 안한건지 그의 해외도피를 멀거니 지켜봐야했다. 2년만에 귀국한 한씨는 부실한 공소사실을 밟고 무죄선고를 받았다.

MB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둘러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검찰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2010년 8월 중순 천 회장은 도피성 출국을 했고, 검찰은 그가 출국한지 10여일 후에야 40억원 공여혐의자를 소환했으며, 두달뒤 천 회장 회사를 늑장 압수수색을 했다.

2010년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의 경우 의혹이 제기된지 보름만에, 총리실이 정식 수사를 의뢰한지 나흘만에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바람에 관련 사찰기록이 전부 삭제되기도 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때엔 2012년 12월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개입 댓글공작 현장 소동이 있은지 5개월이 지난 뒤 국정원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팀이 이렇다할 수사초기 ‘예봉’ 절차를 거치지 않는 동안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단계적으로 수사하겠다”는 말도 6명의 리스트 인사에게 ‘대처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의혹이 제기된 이상 동시다발로 진행되는게 상식이라는 지적이다.

특별수사팀은 2010년의 검찰과 비교되는 것에 많은 항변을 할 수 있다. 유언수사의 특징상 보다 치밀한 단서와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현재 40억~50억대에 달하는 성 전 회장측 수상한 자금흐름을 면밀히 분석중이다.

또 이름이 직접 거론되는 바람에 오히려 더 어려운 수사가 됐다는 항변도 일리있다. 이름이 거명되지 않았다면 보다 수월하게 주변조사 및 탐문이 이뤄졌을텐데, 경게심만 잔뜩 부풀려 놓았다는 것이다.

검찰이 작금의 비판에서 일단 벗어나려면, “파장 분위기가 아니다”고 분명히 못 박아야 한다. 아울러 “나머지 6인에 대한 수사도 홍준표, 이완구처럼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도 국민한테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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