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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자부활전’ 꿈꾸는 빙판 위의 도전자들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누구나 꿈을 이룰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구나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다. 희망은 그런 도전에서 싹튼다.

수원의 자그마한 아이스링크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17명의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매주 4일씩 땀을 쏟아낸다. 화려한 조명도, 열광적인 관중도 없다. 하지만 그런 날을 꿈꾸는 선수들이다. 

현실도, 미래도 아직은 빙판처럼 차갑지만, 그들은 꿈을 안고 달린다. 김성수 감독(맨 앞)과 동양 이글스 선수들. 수원=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아이스하키 독립리그 소속인 동양 이글스 아이스하키팀은 그런 선수들로 이뤄져 있다. 이 팀을 이끄는 김성수(44) 감독은 이런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일깨워줬고, 또 그 꿈에 한발 더 다가서게 도와주는 조력자다. 휘문중-휘문고-고려대출신 김 감독은 주니어와 국가대표를 거쳤고, 석탑건설에서 활약하다 은퇴했다.

국내 아이스하키의 현실은, 여타 비인기종목과 다를 바 없이 척박하다.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팀은 상무를 포함해도 고작 3팀. 10년 넘게 모든 걸 쏟아부은 선수들을 기다리는 것은 빙판처럼 차가운 미래다. 이 종목을 선택한 걸 후회할 정도로….

김성수 감독은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는 지인과 이런 얘기를 나누다 “선수들을 다시 운동할 수 있게 해서 실업팀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그 지인이 흔쾌히 후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김성수 아이스하키팀 동양 이글스 감독.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그래서 탄생한 것이 동양 이글스다. 동양환경이라는 기업이 장비와 선수들의 급여를 지급해준다. 실업팀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자기 직장에서 일하고 경기때만 모이는 다른 독립리그 팀보다는 여건이 나은 셈이다. 넉넉한 급여는 아니기 때문에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유소년팀의 강사로 일하며 수입을 보탤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수원의 경기장까지 연습하러 이동하는 것도, 매주 금요일 고려대에서 경기를 하는 것도 각자 이동을 해야하고, 함께 식사하는 것도 만만찮은 부담이다. 하지만 일부 선수를 위해 작은 숙소도 마련하기로 했고, 수원시 아이스하키협회에서도 지원을 해주기로 해 상황은 조금 나아질 전망이다. 

김성수 아이스하키팀 동양 이글스 감독.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김 감독은 “어려운 여건이지만, 평생 아이스하키만 해온 선수들이 다시 실업팀에 들어갈 수 있는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좀 더 많은 경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실업팀과 상무에 많이 들어가는게 1차 목표지만, 최종 목표는 아시안리그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팀 운영비가 연 4~5억원 정도인데, 아시안리그에 나가려면 30억 이상의 스폰서가 필요하다. 쉽지 않은 꿈이지만 차근 차근 선수들과 도전해 볼 작정이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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