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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문호진]‘모난 돌’ 박용성
뚝심이 박용성 회장은 눈이 작아 행복하다/무슨 생각하는지, 어디로 튈지 눈만 봐선 아무도 몰라/상대방 의표, 꿰뚫어보고 관운장의 청룡도, 장비 장팔사모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 찔러대면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말발굽 아래 굴러 떨어졌지/1898년 19세기 창업해서 박가분, OB맥주 거쳐 20세기, 4대 째 백년 넘는 斗山그룹, 21세기 직전 면모 일신했네.
바닷물을 민물 바꾸는 담수공장/지게차, 포크레인 등 건설장비에/기관총, 장갑차 등 한국형 무기, 원자력발전 터빈까지 수출하며/달러벌이 할 만큼 했다고 치자 실용위주 대학 개혁까지 나섰네/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대신.한국사, 회계학 등이 중요하다고 촌철살인 속사포를 쏘아대면/다발총 교수님들 입은 한一자.

동아일보 논설실장과 본지 주필을 지낸 민병문의 시화집 ‘새벽에 만난 달’ (온북스 刊) 가운데 ‘뚝심이 박 회장’ 시구 중 일부다. 짧은 두 단락이지만 기업인 박용성이 걸어온 75년의 역정과 그의 캐릭터가 한 눈에 보인다.
시구 중 관운장의 청룡도, 장비의 장팔사모, 조자룡의 헌 칼은 박용성의 예리한 언변과 강한 추진력을 상징하는 듯 하다. 그의 ‘촌철살인’ 입담은 정평이 나있다. 노무현 정부때 그는 “한국은 행동은 없고, 말만 많은 나토((NATO·No Action Talks Only) 국가”라고 정부를 힐난했다. 노동계에 대해서는 떼로 몰려와서 떼만 쓴다는 떼법론, 재계에 대해서는 투자철학 없이 몰려다닌다며 들쥐론으로 쏘아댔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미스터 쓴소리’다. 이것 말고 그의 이름 앞에 붙는 또 하나의 수식어가 구조조정 전도사다. 박용성의 두산은 시에서 잘 묘사됐듯 IMF 이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여 소비재 중심에서 중화학 중심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조자룡 헌 칼 쓰듯’ 하는 박용성의 쾌도난마식 구조개혁 솜씨는 2008년 중앙대 재단이사장 취임 후에도 발휘됐다. 취임 일성이 “중앙대 라는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였으니…. 박근혜 대통령 표현을 빌리자면 수십년간 우리대학에 켜켜이 쌓여있는 적폐를 뿌리째 뽑아내겠다는 결기였다. 그가 예고한 대로 중앙대 개혁은 급류를 탔다. 18개 단과대를 10개로 줄이고 77개 학과를 47개로 통폐합했다. ‘철밥통’을 부수겠다며 교수연봉제도 도입했다. 중앙대의 숙원이던 흑석동 캠퍼스와 안성 캠퍼스의 통합을 이뤄냈고 적십자간호대를 인수해 의대의 볼륨을 키웠다.
그러나 기업식 효율을 중시하는 박용성식 개혁에 내상을 입은 인문계열 교수들의 반격이 만만치않았다. 결국 그가 보직교수들에게 보낸 막말성 이메일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이사장직을 놓아야 했다. 시련은 이어졌다. 그의 개혁에 ‘잘드는 칼’로 쓰였던 박범훈 전 총장이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박용성도 동반 기소됐다.
‘뚝심이 박회장’ 마지막 단락에서 시인은 박용성을 ‘청춘남녀 중매쟁이 월하노인’으로 칭했다. 그가 두산중공업과 중앙대 미혼 남녀들의 만남을 주선했던 데서 연유한다. 박용성이 대학개혁을 통해 인문계 대졸자의 90%가 논다는 ‘인구론’의 해법을 찾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맺어주기 위해 땀을 쏟았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월하노인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때로 과속했고, 반칙했고, 그래서 기소까지 됐다. 모난 돌은 정을 맞게 돼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끈 8할은 박용성 같은 모난 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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