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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천재괴짜’ X세대 부호, 베이비부머 ‘상속의 시대’ 깰까
전세계 억만장자중 60대 464명, 27%차지
베르나르 아르노등 경제성장기에 덩치불려
이들 상속 향후30년간 최소 16조弗 분석

1965~76년 출생한 X세대 창업가
래리 페이지·마화텅·김택진·김범수 등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새로운 富창출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민상식 기자]전 세계 억만장자 셋 중 한 명은 60대다. 포브스 기준으로 나이가 명기된 1712명의 빌리어네어 가운데 60대는 464명으로 27%를 차지한다. 이 세대 억만장자가 보유한 자산 역시 1조7644억 달러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다.

이 분석은 부자의 범위를 넓혀봐도 유효하다. 자산컨설팅업체 웰스엑스(Wealth-X)가 순자산 3000만 달러 이상 부자들의 평균 나이를 조사한 결과, 59세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보고서에서 60대 이상 고령 부호의 상속이 향후 30년간 16조 달러가 이뤄질 것이라고도 전했다. 우리 돈 1경이 넘는 규모가 상속 자금으로 대기하고 있단 얘기다.

이 통계는 또 다른 예측을 가능케 한다. 60대 부모의 상속이 있으면 이들의 자식 세대인 40대가 부호 순위에 오를 수 있다. 40대 부호 억만장자는 219명, 총 자산 7837억 달러로, 60대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 정말 미래는 ‘상속의 시대’가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선, 현재 부를 일군 40대 대표 부호들과 60대 대표 부호들의 부를 일군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돈을 버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움켜쥔 베이비부머 60대, 부의 비밀은=60대 부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 당시에 태어난 이들이다. 당시는 인구가 늘고 세계 경제가 외형을 넓히면서, 먹고 입고 자는 소비 생활과 연계된 산업이 성장했다. 유례없는 고도 성장기에 사업을 키우면서, 베이비부머 부호가 각 나라의 대표 부호로 자리매김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크리스티 월튼(60ㆍ382억 달러) 월마트 상속녀, 야나이 다다시(66ㆍ225억 달러) 유니클로 회장, 왕젠린 (60ㆍ392억 달러) 완다그룹 회장이 각각 대형마트와 의류, 부동산으로 각국의 톱 부호가 됐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프랑스 대표 부호이자, 럭셔리업계 제왕 베르나르 아르노(66ᆞ394억 달러) LVMH 회장 역시 베이비부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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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창업시기도 월마트 상속녀인 크리스티 월튼을 제외하고 모두 비슷하다. 유니클로는 1984년 1호점을 냈고, 완다그룹은 1988년 시작됐다. 아르노 회장이 루이비통을 인수한 시점은 1987년이다.

이 시기는 산업군에서 ‘서비스업’이 각광받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80년대 중반 미국 전체 노동자의 4분의 3이 소매점의 점원이나 교사, 운동선수, 금융인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종에 종사했다는 미 국무부 통계도 있다. 또 당시는 책상 위에 놓여진 컴퓨터로 보다 손쉽게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게 된 시기였다.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방대한 자료를 쉽게 처리하면서, 각종 정보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이 성공 가도에 올랐다.

아버지의 소매 의류점을 넘겨받은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제일 먼저 한 것은 기존 의류매장이 해오던 직원의 서비스 교육이었다. 그는 매장 안에 손님이 옷을 사지 않더라도 편안히 마음껏 고를 수 있도록 접객 방식을 바꿨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역시 당시 주택 개발 및 임대 사업이 주를 이루던 부동산업계에서 중국 최초의 ‘복합 쇼핑몰’을 도입, 호텔과 백화점 등 서비스 영역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들이 부호의 자리에 오른 건 한 마디로 ‘시대를 읽은 앞선 서비스’였던 셈이다.

▶래리 페이지ㆍ엘론 머스크 기술 선도자들의 ‘대담한 도전’=책상 위 PC가 서비스 혁명을 일으켰다면, 손안의 PC는 아이디어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 40대에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창업자들은,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부를 쌓은 이들이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페이팔과 테슬라, 스페이스X의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세대는 엔지니어 출신의 ‘기술 선도자’이기도 하다. 이베이의 창업자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인 피에르 오미디야르 역시 ‘기술 선도자’ 부호 가운데 한 명이다.

더이상 종업원에게 교육을 시키고, 물류 체계를 바꾸는 전통 방식으로는 돈을 끌어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베스트셀러 ‘머니볼’의 저자이자 경제 칼럼니스트 마이클 루이스도 이 시대 부호의 조건에 대해 ‘새롭고 또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40대 기술 선도자들의 약진은 서구 사회의 것만은 아니다. 중국의 대표 40대 빌리어네어인 마화텅 텐센트 CEO나 류창둥 360바이 CEO 역시 기술지식계급에서 부호가 된 이들이다.

한국 역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 등 상상력과 혁신으로 무장한 엔지니어 출신이 40대 자수성가 부호를 차지하고 있다.

컴퓨터를 제조해 부호가 되던 방식에서 게임이나 쇼핑, 검색 등 ‘컴퓨터를 통해 뭘하고 놀까’를 실현해내는 이들이 부호가 된 세대가 40대인 셈이다.

상위 0.01% 슈퍼 부호들의 삶을 파헤친 ‘플루토크라트’의 저자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톰슨로이터 편집장은 “기술혁명과 세계화가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65∼1976에 출생한 X세대에 속하는 이들은 미지수 X로 대변되는 만큼, 직관적이고 획기적 결정을 하는 특징이 있다. 실제 이들은 우주 개발과 같은 위험요소를 미리 따져볼 수 없는 ‘새로운 사업’에 나서는 데 두려움이 없다.

이들은 전 세대 가운데 유일하게 부호라기보다 영웅이라는 단어에 가까운 인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세대기도 하다. 이익과 손실로 기업의 가치를 따지기보다,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기업의 브랜드를 만든 무모한 도전이 다음 세대의 동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영웅 토니 스타크는 엘론 머스크를 모델로 한 것이기도 하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재화가 아닌 아이디어로’ 종전 패러다임을 흔들어 비즈니스의 새 판을 짜는 이들 40대 기업인의 도전은, 상속의 시대를 깰지도 모른다. 혁신과 도전은 가르침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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