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은 ‘라디오스타‘에서 근근히 25년동안 쌓아온 공든 탑을 ‘복면가왕’ 한방으로 날려버렸다고 했다. 또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아유, 어떻게 해요”라며 안쓰러운 심정으로 자신을 바라본다고 했다. 그래서 김형석은 ‘깃털권위‘라는 캐릭터를 얻었다.
김형석은 ‘복면가왕’에서 많은 사람들이 복면속 가수를 “지나”라고 하니 자신은 예능감을 맞추려고 “현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나는 자신에게 오디션까지 보러온 지망생이었다.
심지어 김구라는 김형석을 가리키며 “음악적으로 거세된 사람”이라고 놀렸다. 복면속 인물을 잘 못맞히는 김형석에게 “작곡가 윤일상을 투입할 때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형석은 오히려 김구라가 자신을 건드려줘 말도 많이 할 수 있었고, CF 제의까지 받았다고 했다.
김형석은 권위를 완전히 내려놓았다. 복면속 인물을 맞추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너무 잘 맞춰도 문제라고 했다. 예능이 아니라 다큐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김형석에게 음악적인 실력과 전문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토를 달기 힘들다.
김형석은 권위를 완전히 내려놓았다. 음악전문가라는 호칭이 붙은 사람들은 출연자들이 노래를 부르면 냉정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심사하고 분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김형석은 음악적 내용과 요체를 전달하면서도 분위기를 딱딱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볍게 만든다.
이처럼 그가 권위를 벗어던졌지만 권위를 잃은 것은 아니다. 던진 것은 ‘권위’가 아니라 ‘권위주의’(또는 ‘권위적’)다. ‘권위‘와 ‘권위적’은 완전히 다른 말이다. 서로 반대말과 다름없다. 그는 권위주의를 버렸지만 오히려 권위가 생겼다. 적어도 ‘친근한 권위‘는 생겼을 것이다.
올해로 50세인 김형석이 3살짜리 아이가 집에서 ‘클레멘타인’을 부를 때 가사 중에 ‘늙은 아비’라는 부분을 들을 때마다 가슴을 후벼파게 되다고 말해, 인간적인 유머로 느껴졌다. “아이랑 놀이터에 가면 ‘할아버지랑 놀러 왔구나’라는 얘기도 듣는다”고 했다.
아이의 마음을 얻으려고 뽀로로 흉내를 내는 것도 재미있었다.
김구라가 김형석을 놀려도 워낙 유연하게 받아쳐 놀림이 아니라 놀이와 웃음이 돼버린다. “고고하게 늙느냐?, 광고냐?” 라고 했을 때 거침없이 광고를 택하는 김형석은 요즘 관찰예능시대에 떠오를 수 있는 인물이다.
김형석의 권위주의 내려놓기는 중년들의 소통으로는 좋은 방식임을 누구나 다안다. 이걸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색하고 힘든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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