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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알맹이 빠진 식약처의 ‘가짜 백수오’ 후속 대책
백수오를 사용한 207개 제품을 대상으로 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수조사 결과 10개(4.8%)만 진짜 백수오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5%만이 가짜’라는 얘기를 잘못 듣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히는 결과다. 국순당의 ‘백세주’와 농협의 홍삼제품 ‘한삼인분’에서도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2개월째 접어든 백수오 사태가 식약처 발표를 계기로 잦아들기는 커녕 식품은 물론 주류, 제약 업종까지 확산일로다. 홍삼 제품은 해외판매가 많은 만큼 국제적 망신을 당할 지 모를 일이다.

이 모든 사태의 1차적 책임은 물론 해당기업에 있다. 얄팍한 상혼으로 가짜인 줄 알고도 이엽우피소를 혼합 판매했다면 엄벌해야 마땅할 것이다. 법이 처벌 하기 전에 이미 시장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있다. 한때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0위권 내에 자리했던 내츄럴엔도텍은 이번 사태로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주식 투자자들의 피해도 극심하다. 대략 시가총액 기준으로 1조원 넘게 사라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수천억원어치를 판매한 TV홈쇼핑업체는 경영위협을 느끼고 있고, 백수오 재배농가는 생업을 잃을까 노심초사다.

그러나 내츄럴엔도텍처럼 촉망받던 기업이 한순간에 추락한 것을 전적으로 기업 스스로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대목이 많다. 이 회사의 백수오 원료는 엄연히 식약처의 기능성 원료 인증을 통과한 제품이다. 정부가 제조ㆍ판매 과정에서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았기에 대규모로 유통된 것이다. 한마디로 식약처의 허술한 관리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크다. 식약처는 2013년 한의사협회의 이엽우피소 위험성 제기를 건성으로 들었고, 올해 2월 소비자원이 심도있는 자체 조사결과를 내놓기 전까지 무사안일이었다. 그 새 백수오 산업과 소비자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문제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 고치는 대책이 부실하다는 데 있다. 식약처는 내년 5월부터 기존에 인정받은 원료도 재평가해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행 제도 자체에 구멍이 많아 제2의 백수오 파동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현행 등급은 질병발생 위험 감소기능과 생리활성기능 1ㆍ2ㆍ3 등급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내츄럴엔도텍이 통과한 생리활성기능 2등급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1건, 3등급은 동물실험이나 실험실 연구만 있어도 기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다. 식품안전에 관한한 규제완화가 능사가 아니다. 문턱을 더 높이고 검증도 더 철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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