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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임수재죄’ 판단 어떻게 달랐길래…검찰ㆍ법원 또 충돌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대기업 총수들의 ‘구속’(拘束)을 놓고 검찰과 법원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며 공들여 수사한 대기업 오너와 임원들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연거푸 ‘퇴짜’를 맞자 검찰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검찰이 기업 사정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법원과 대립각을 세우게 된 건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였다.

사진=게티이미지

검찰은 회삿돈을 횡령해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장 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지난달 28일 기각됐다. 그러자 검찰은 ‘유전(有錢) 불구속, 무전(無錢) 구속’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법원을 압박했다. 이어 사흘 만에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받아냈다.

여기에 최근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과 법원의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정 전 부회장이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9∼2012년 국내ㆍ외 건설공사 현장에서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고 보고 지난 20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에게 업무상횡령과 입찰방해, 배임수재 등 세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법원은 23일 정 전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횡령과 입찰방해 혐의의 소명 정도, 배임수재의 범죄 성립 여부나 범위에 대한 사실적ㆍ법률적 다툼 여지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그 핵심은 ‘배임수재죄’다. 법원은 검찰이 구속영장에 ‘범죄사실’로 기재한 정 전 부회장의 행위가 배임수재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봤다.

정 전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검찰 관계자는 “법원과의 시각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더 나아가 검찰은 26일 배임수재죄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까지 꺼내들며 범죄 성립이 안 된다는 법원 판단에 전면 반박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006년 12월 휴게소 운영업체로부터 “업무편의를 봐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1000만원 상당의 휴게소 내 점포 2개소의 영업권을 넘겨받아 재산상 이익을 취한 혐의로 기소된 A고속도로 영업소장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점포 영업권을 취득한 사람이 영업소장이 아닌 그의 처제라는 이유였다.

형법 제357조 1항에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한다’고 규정돼있다. 다만 대법원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도 배임수재죄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기준을 제시했다.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다른 사람이 ▷부정한 청탁을 받은 자의 사자(使者) 또는 대리인인 경우 ▷부정한 청탁을 받은 자가 생활비나 채무를 부담한 경우 등이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정 회장이 건설현장에서 조성된 뒷돈이나 비자금을 직접 취득하지 않았더라도 배임수재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주로 문제 제기한 건 다른 사람이 받은 것을 본인이 받은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지였다”면서 “우리 입장에선 이 대법원 판례에서 언급된 (예외)사례에 정확히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에 대해 들어온 비리 의혹 2~3건의 제보를 토대로 보강수사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부회장의 영장 기각 전후로 추가 제보가 두세건 있었다”며 “혐의를 확인하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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