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ㆍ장필수 기자] 2009년 4월8일, 경기도 최초 주민 직선 교육감 선거에서 김상곤 당시 한신대 교수가 경기도교육감으로 당선됐다. 진보 교육계에서는 이 날을 의미있게 평가한다. 보수 진영의 집중 지원을 받은 현직 교육감을 누르고 당선된 김 교육감은 이후 재선을 거쳐 지난 해 3월까지 약 5년 간 진보교육계의 맏형으로 혁신교육을 주도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의 상징이 된 ‘무상급식’을 가장 먼저 도입했고 정규 교육 과정에 구애 받지 않고 학교가 맞춤형 교육을 실천하는 ‘혁신학교’의 모델도 그의 손에서 시작됐다.
이제는 교육이 아닌 정치 혁신이다. 김 전 교육감은 재보선 참패 후 당 내홍이 지속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했다. 문 대표는 공천, 당무 혁신의 전권을 김 위원장에게 위임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 손에 쥐어진 혁신의 칼이 어느 곳을 향할지 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른바 ‘김상곤 혁신위’는 이제껏 새정치연합이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시도해온 혁신기구 모델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교수 출신 교육감으로 정치 경험이 없지만 새정치연합 당원이자 경기도지사 및 7ㆍ30 재보선 당시 출마를 노렸던 만큼 원내 상황 및 정치적 이해관계에도 밝은 편이다. 김 위원장을 두고 “칼날이 날카롭지만 뭣 모르고 휘두르진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 내부에서는 ‘김상곤 혁신위’를 두고 2008년 통합민주당 시절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박재승 변호사와 비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시 손학규 대표는 박 변호사에게 공천 전권을 위임했고, 박 변호사는 ‘부정 및 비리 전력자 전원 배제’라는 공천 원칙을 내세웠다. 당시 손 대표는 박 변호사를 두고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고 평가했다. 당 내부와 적잖은 충돌을 빚기도 했지만 박 변호사는 이번 초계파 혁신기구 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됐을 만큼 외부 인사 영입에 따른 혁신 작업의 대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정치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도 비슷한 경우다. 당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산하에 정치혁신위원회를 두고 정 교수를 위원장으로 임명해 중앙당 권한 축소, 풀뿌리 정당화, 상향식 공천 작업 등 당 혁신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박재승, 정해구 혁신위’의 전례는 김 위원장이 뛰어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선거 패배 등 당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마다 혁신위 출범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았고 그렇게 만들어낸 혁신안은 “한 트럭이 넘는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산적해있지만 그 결과는 당 내홍으로 점철된 ‘오늘’이다. 과거의 숱한 혁신안과 ‘도긴개긴’의 모습을 보인다면 새정치연합의 혁신은 또 제자리를 맴돌 공산이 크다.
초계파 혁신기구는 27일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격 출범한다. 특히 이번 혁신기구의 최우선 과제는 계파 갈등 청산이다. 혁신의 시늉만 해서는 오히려 표면적 갈등만 부각될 공산이 크다. 교육감으로서 정책 추진 능력을 검증 받은 김 전 교육감이 혁신위원장으로서 복잡하게 얽힌 계파 간 실타래를 풀어내 제대로 된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