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임모(29ㆍ남) 씨는 지인들 사이에서 ‘1인가구 종결자’로 통한다. 9년 전 대학에 입학할 무렵 2평(7㎡) 남짓한 신림동 고시원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본가는 인천이지만, 통학시간을 아끼기 위해 독립을 선택했다.
3차례 이사를 거친 뒤, 지금은 전용면적 15㎡ 정도 되는 원룸에서 월세 55만원을 내면서 살고 있다. 번듯한 부엌은 물론, 욕실과 세탁실도 분리된 곳이다. 임 씨는 “처음 지내던 고시원과 비교하면 아방궁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서울 서베이’에 따르면, 혼자 지내는 가구가 전체의 24.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 구성 유형 중 가장 많다. 2인가구(23.7%)와 합치면, 전체 가구의 절반 가량이 1~2명으로 구성된 것이다.
이런 ‘초미니’ 가구가 즐겨찾는 다세대ㆍ연립주택은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다세대ㆍ연립은 5393건 거래됐다. 2008년 3월 이후 최다(最多) 기록이다.
최근 2~3년 사이엔 한 집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셰어하우스(Sharehouse)’도 널리 퍼지는 모양새다.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만큼 주거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홀로 지내면서 느끼는 외로움도 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많다. 셰어 하우스를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나 관심사, 생활방식 등이 다양한 1인가구를 위한 맞춤형 주택 콘셉트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1인가구의 편의를 고려한 각종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다. 소위 부동산 중개 어플리케이션(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의 ‘다방’을 비롯해 ‘직방’, ‘방콜’, ‘복방’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앱들은 대개 오피스텔과 원룸같은 소형 주택의 전ㆍ월세 정보를 제공한다.
1인가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은 1인가구의 비율은 2025년 31.3%, 2035년께엔 34.3%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1인가구의 평균 연령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1인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주거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법제원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43.7%는 무직이며 월평균 소득은 119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은 소득의 상당부분이 주거비로 지출하면서 자칫 생계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주택공급이 중심이 기존의 3~4인가구 중심에서 1~2인가구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며 “공공임대주택의 까다로운 입주 조건 낮춰서 더 많은 청년들에게 저렴한 주거비로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