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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W리스트]‘장군님 고사포 쓰신다’…김정은 처형 3대 특징
[헤럴드경제=구본단 문화칼럼니스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 이래 수십여 명의 군, 당 간부를 숙청하면서 피의 철권통치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에게는 ‘숙청 아티스트’란 별명까지 붙었으며, 숙청 후 독특한 처형 스타일까지 버젓이 과시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그가 고모부이자 후견인이었던 장성택 당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난 2013년 12월 처형할 때와 최근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을 공개처형할 때 모두 대공화기인 고사포를 쓴 것으로 알려지며 그 창의적 방식에 ‘처형계의 스티브 잡스’란 평가까지 받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지 시찰 중 관리자들과 만나 활짝 웃고 있다. 이 웃음을 뒤로 하고 잔인한 처형을 단행하는 것이 김정은이다.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이 뿐만 아니라 숙청의 이유도 졸음, 말대꾸 등 기발하다. 이런 것들이 뭉쳐 그가 숙청과 처형에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연출되고 있다. 광기, 이 한마디로도 표현 가능하지만 굳이 이를 3가지로 풀어 정리해 봤다.

▶‘장군님 고사포 쓰신다’…페이탈리티 처형 미학=사망한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을 찬양하기 위해 지난1996년 만들어진 북한의 선전가요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에 빗대자면, 그의 처형 스타일은 ‘장군님 고사포 쓰신다’다. 축지법은 날조였지만, 고사포 사용은 ‘무려’ 사실이다.

북한군의 주력무기인 14.5㎜ 고사포는 애초 소련에서 1949년 보병용 중기관총으로 개발했으나 부피가 큰 데다 무게도 한 정당 49㎏이나 돼 주 용도가 대공용으로 굳어졌다. 더 이상 개인화기는 아니며 포 총열 4개를 하나로 엮은 연장포를 트럭이나 장갑차 위에 올려 운용하고 있다. 최대 사거리는 1만m에 달한다.

바로 이 고사포를 지난 2013년 말 고모부 장성택과 지난 4월 30일 북한 군 서열 2위 현영철을 숙청 직후 처형할 때 처형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인마살상용이 아닌 전투기 헬기 격추 목적의 대공 무기를 사람에게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분당 최대 1200발의 포탄 세례를 받고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넝마조각이 된다. 잔인한 살인 묘사로 악명 높은 대전격투게임 ‘모탈 컴뱃’이 애교 수준으로 비쳐질 지경이다.

대공무기를 사람에게 쓴 이러한 악마적 발상. 어디서 왔을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공용도이던 88㎜포를 대전차용도로 전용하는 역발상으로 전세를 뒤집은 독일의 전쟁영웅 에르빈 롬멜 장군을 흉내내려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처형도구가 고사포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장성택 처형 당시 고사포 사용 후 화염방사기를 사용해 시체를 태워버렸다는 설도 전해졌으며, 심지어 산 채로 굶주린 개에게 뜯어먹혀 죽게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이 돌기도 했다고 AFP 등 외신은 보도한 바 있다.

▶졸았다고, 말대꾸 했다고, 목표 못 지켰다고…처형 이유도 갖가지=북한은 김정은이 숙청을 단행할 때마다 대외적으로 그 사유를 공개하는 편이다. 대부분 ‘반역죄’다. 그리고 따라붙는 부연 설명이 ‘최고존엄 모독’이다. 최고존엄은 물론 김정은을 이른다.

구체적인 이유는 이처럼 포장된 사유와 다르다고 봐야 한다. 내외신의 보도, 북한 소식통들의 정보에 따르면 김정은이 직접 참석한 공식석상에서 졸거나, 보고시 말대꾸를 하거나 한 고위 간부들에 대해 그럴 듯 한 구실을 세워 숙청한 뒤, 그로도 모자라 목숨까지 빼앗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를 몰래 USB에 담아 돌려본 죄로 공개총살을 당하는 것이 현실인 북한에서 김정은에 대한 말대꾸는 엄청난 죄, 극형을 받아 마땅한 죄로 여겨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짓을 저지른 자는 불만세력, 반역세력으로 둔갑된다. 고모부인 장성택을 죽일 때는 추가 명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개인치부, 외설 등 추잡한 사유를 갖다 붙이긴 했다. 이런 식의 사전 작업을 거친 뒤에야 반역 등 무거운 뉘앙스의 죄목을 갖다 붙인다.

▶형제, 배우자도 안심 못할 숙청 칼날…본인은 성인병과 싸움=김정은의 숙청 스타일 또 하나는 양과 폭이다. 숙청을 밥멋듯 하며 통치에 활용한 아버지 김정일보다 그 수준이 더욱 심하다.

국정원이 이미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총살한 간부는 이제까지 70여명이다. 2012년 3명, 2013년 30여명, 2014년 31명, 올해 현재까지 8명이다. 일반 주민을 포함하면 올해 들어 15명이 처형됐다. 김정일이 집권 초기 4년간 10여명을 처형한 것이 약과일 정도다.

특히 후견인이었던 장성택 처형은 김정은이 이후로도 친인척을 숙청, 처형하는 데 게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게 하고 있다. 그의 친형이자 한 때 적통으로 지목됐던 김정철은 이미 꼬리를 내리고 러시아, 유럽을 전전하며 영화, 스포츠경기 관람 등 비정치인 행보를 걷고 있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옹립 움직임이 있다든지 한다면 곧바로 끔찍한 꼴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배다른 형 김정남은 더 신세가 처량하다. 아버지 김정일의 실정을 대놓고 비판하는가 하면 김정은을 애송이라 칭하면서 만만히 봤던 이력 탓에 암살 위협을 늘상 받고 있다. 언제 죽어도 놀랍지 않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숨죽이며 은둔해 있지만 역시 어떤 계기로든 트집을 잡힐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 때 그의 처 리설주가 대외행사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자 그도 숙청당했다는 설이 파다하게 돌기도 했다. 리설주가 과거 소속해 있던 은하수관현악단과 왕재산 예술단 9명이 음란물 촬영과 판매, 시청 등의 혐의로 처형됐을 때 리설주가 연루돼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 직후였다. 물론 이는 리설주가 재등장하면서 억측으로 판명됐다.

김정은은 언제쯤 광기의 숙청 행진을 멈출까. 자신의 죽음에 의해 수동적인 중단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 해 9월부터 40일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적이 있는데 당시 발목 부위 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현재 120kg에 달하는 체중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각종 성인병을 앓고 있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gyum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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