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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플달기, 영어교육…자녀 ‘스펙쌓기용’ 봉사활동 찾는 ‘헬리콥터맘’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최근 국내 다문화 학생들의 한국 생활을 지원하는 A 단체에는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의 자녀가 유학생이라고 말한 이 학부모는 무턱대고 “영어교육을 하는 자원봉사를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영어교육을 위한 자원봉사 자리는 없었다. 단체 소속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들로 외국어를 일정 수준 이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단체직원은 “단체가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한채 무턱대고 자녀의 ‘스펙쌓기’용 자원봉사를 찾는 것 같다”며 “이런 전화가 일주일에도 3~4통씩 걸려와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방학을 두 달 남겨두고 ‘헬리콥터맘’들의 ‘자봉(자원봉사)’ 찾기가 한창이다. 중ㆍ고등학생 학부모 뿐 아니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까지 스펙쌓기에 도움이 되는 ‘쓸만한 봉사자리’를 찾아다니고 있다.

학부모들이 추로 찾는 봉사활동은 ‘영어교육’, ‘선플달기’와 같이 시간을 많이 뺏지 않으면서도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다. 영재고를 목표로 하고있는 중학생을 둔 학부모 김은미(46) 씨는 “아이가 방학 내내 학원을 다니고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데 봉사활동도 생기부(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만큼 포기할 수 없다”며 “알아보는데 드는 시간이라도 줄이고자 직접 복지관 등을 돌아다니며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중학교가 추첨으로 바뀌면서 서류가 무의미해졌지만 초등학생 자녀들의 ‘스펙쌓기’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임유미(30ㆍ가명) 씨는 “봉사활동이 의무는 아니지만 일부 아이들은 꾸준히 하고 있다”며 “입학사정관제도에서는 봉사활동 기록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고입, 대입을 바라보고 준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의 공부시간을 아끼기 위해 봉사활동을 대신해주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선플달기’를 교육부가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주면서 학부모들이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선플’을 달았다는 사례도 학부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녀의 국제중 입학을 준비중인 한 학부모는 “신문기사를 읽어야 해서 은근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특별히 봉사활동을 하러 일부러 이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용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열기가 관련 단체나 기관에게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와 방문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복지단체 관계자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경우 너무 어려서 봉사활동이 크게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교육당국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필요한 곳을 지정해 주는 등 다른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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