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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실패는 없다”→“악착같이 살지마라”, 시대따라 변하는 부호들의 성공론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김현일 기자]국내 1세대 기업가들이 말하는 성공론엔 언제나 ‘실패’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내가 살아 있고 건강한 한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고 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대표적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지금의 사업을 일구기까지 무수한 난관을 이겨낸 만큼 후세대들도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강단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대중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한국 경제사와 꼭 닮은 그들의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에 열광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재계에도 점차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부호들이 말하는 성공론도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피나는 노력’이나 ‘악바리 정신’을 예전만큼 강조하지 않는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은 오히려 “악착같이 살지 말라”고 한다. 자기 자신을 고문하지 말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을 주문한다. 다만 관점을 바꿔 다르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곧 김 의장의 성공비결이기도 하다. 그가 1998년 세운 한게임도 ‘평소 밤새워 즐겨했던 게임을 온라인으로 옮겨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땐 이를 전화기가 아닌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 결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소위 대박을 터뜨려야 한다는 목표의식보다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김 대표는 “투수가 마운드에 섰을 때 지금 이 순간 어떤 공을 던질까 고민해야지 오늘 이겨야 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회사도 연초에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자고 하지만 결국 과정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개발한 게임 리니지의 성공도 ‘이걸로 먹고 살 수 있을까’ 같은 결과지향적 태도보다 ‘재밌는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기에 가능했다.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아이디어, 도전정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 리더십”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많은 후배들이 ‘나 혼자 기막힌 아이디어를 내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창업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며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80%, 비즈니스가 20%여야 한다”고 말한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도 국내에서의 부진을 딛고 중국 게임시장에서 성공을 할 수 있었던 비결로 ‘사람’을 꼽았다. 중국 서비스를 위해 현지 파트너들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모두 사업에 반영한 것은 스스로도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돈을 벌려고 하거나 트렌드를 좇으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벤처투자회사 포메이션8의 구본웅 대표 역시 ‘재미(Fun)’를 중요시한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하기 싫으면 결코 잘할 수 없다는 게 그만의 철학이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손이기도 한 그는 2012년 포메이션8을 창업했다. 가상현실 기기업체 오큘러스VR가 작년 3월 페이스북에 매각되면서 투자액의 10배에 달하는 1억3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구 대표는 “정말 재밌고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그럼 자신감이 붙는다”며 본인도 “내가 좋아하는 회사에 투자하면 매일 그 회사 생각뿐이고 어떻게 하면 더 도와줄 수 있을까 궁리하게 된다”고 밝혔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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