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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부의날]결혼해도 부모 품 못 떠나는 ‘캥거루족’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결혼 후에도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캥거루족 신혼부부들’이 늘고 있다. 살림살이와 청소, 육아는 물론 심지어 부부싸움에도 부모가 개입한다. 급기야 이혼조정을 하는 법정까지 부모가 동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경제난 등으로 2030 세대가 결혼 후에도 부모로부터 정신적ㆍ물질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어릴 때부터 지속된 부모의 치맛바람 등도 신혼부부의 홀로서기를 막는 한 요인이란 분석이다.

신혼인 최모(27ㆍ여) 씨는 결혼생활 한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매일 3~4번씩 친정엄마와 통화를 한다. 안부인사보단 살림에 관해 묻는 일이 대부분이다. 최 씨는 “다들 그렇지만, 나도 결혼 전까지 청소나 빨래를 모두 친정엄마가 해결해주셔서 그런지 모르는 것 투성이”라며 “그때그때 친정엄마한테 물어봐 해결한다”고 털어놨다.


부모가 밑반찬을 해다주거나 아예 청소까지 해주는 일도 있다. 맞벌이를 하는 안모(36ㆍ여) 씨는 “둘 다 일을 하다보니 한 달에 한 번씩 친정엄마가 밑반찬을 가져다 주신다”며 “도움을 받지 않을 수가 없어 매번 요청을 드린다”고 말했다.

아예 시부모나 친정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도 적잖다. 자녀 육아를 비롯해 경제적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7~10월 분양된 수도권 민영아파트 137개 단지 분석한 결과, 그동안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중소형 평형보다 대형평형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전용 85∼102m²가 26.2 대 1, 102∼135m²가 18.2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인 반면, 60m² 이하와 60∼85m²의 중소형은 각각 3.6 대 1, 3.1 대 1에 그쳤다.

큰 집을 사서 역모기지로 노후 자금 마련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캥거루족 증가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모의 간섭은 부부싸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외려 부부의 갈등에 양가 부모가 개입했다 더 큰 싸움으로 번져 이혼하는 일도 적잖다.

지난해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가족간 불화로 이혼한 사례가 총 7961건으로 집계됐다. 정신적ㆍ육체적 학대로 인한 이혼(4784건)보다 높은 수치였다. 

급기야 최근에는 이혼조정 법정에 부모와 함께 나오는 일도 있다.

현직 가정법원 판사는 “그런 분들이 종종 있어서, 당사자들에겐 ‘성인간의 문제인 만큼 본인만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꼭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판사는 “그냥 내버려두면 부모와 함께 조정 법정에 동석하는 일이 더 많을 것”이라며, “일부 젊은 부부들은 부모 뿐 아니라 이모에 누나들까지 대동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혼조정 법정에 부모가 동석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적잖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 자녀가 위자료 지불이나 재산분할시 ‘부모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릴 때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가 간섭하다보면 자녀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독립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자녀가 성인이 되면 독립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자녀도 새로운 배우자와 가정을 꾸린 만큼 부모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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