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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만은 어디가고…”돈에 물든 대학축제
인기 아이돌 가수 초청 경쟁…3~4곡 부르고 2000만~3000만원
20만원짜리 암표까지 등장도…“축제가 돈벌이 수단 전락” 씁쓸


‘VIP 아카라카 티켓 20(만원)에 팝니다’ 대학 축제에 인기 아이돌이 초청가수로 무더기 출연하고, 급기야 20만원짜리 고가 암표(暗票)까지 등장하는 등 젊음과 낭만의 상아탑 축제가 ‘돈의 향연’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학축제가 연예인 콘서트장으로 전락했다’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이 연예인 초청 행사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축제 입장권이 중고거래사이트를 통해 왠만한 유명 가수 콘서트 입장권 가격보다 비싸게 팔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15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축제 당일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와 힙합가수 ‘싸이(PSY)’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장당 1만1000원이 정가인 티켓 가격이 순식간에 20만원까지 치솟았다. 

입장권이 장당 20만원에 암거래되는 등 대학가 축제가 가수들의 콘서트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학에 콘서트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와 이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장당 5만 원부터 20만 원까지 티켓을 웃돈에 판매한다는 글로 도배됐다. 비싼 가격에 티켓을 사겠다는 사람들도 넘쳤다.

공연 시작 전 연대 중앙도서관과 행사장 앞에서는 국내외 엑소 팬들이 직접 현금을 보여주며 흥정하는 씁쓸한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 대학 학생 A(23) 씨는 현장에서 만난 중국인에게 9만 원에 티켓 한 장을 팔았다. 오씨는 “원래는 여자친구와 함께 가려고 티켓을 구하고 있었는데, 15만원 까지 팔린다는 얘기에 그냥 파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고유의 문화가 사라진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연예인 초청 행사가 이제는 대학 축제의 ‘하이라이트’ 자리를 꿰찼다는 비판과 반성에도 아랑곳 않고 상업화에 찌든 대학 축제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전국 140개 4년제 대학이 연예인 초청에 지불한 비용은 58억여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대학 축제 소요 비용(174억원)의 30%를 차지한다.

아이돌 한 팀이 축제에서 3~4곡의 노래를 부르는 섭외비용은 2000만~3000만 원에 달한다. 각 대학은 가수를 적게는 한 팀에서 많게는 십여 팀까지 섭외해 축제를 기획한다.

22일 진행될 예정인 고려대학교 축제 ‘입실렌티’에도 ‘빅뱅’ ‘EXID’등 아이돌 가수가 출연한다는 소문에 9000원에 판매되던 티켓이 진작에 동이 났다. 현재 장당 2만~3만원의 암표가 공공연히 팔리고 있다.

고려대 학생 B(여ㆍ22) 씨는 “연예인이 온다고 하니 사재기하고 웃돈에 팔아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며 “더 많은 사람이 즐겨야 하는 행사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낭만과 싱그러움이 넘쳐야할 대학 축제 문화가 소비 문화로 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학생들은 이제 자신을 ‘소비자’로 생각하고 상업적인 문화를 소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며 “대학도 사회의 경제 논리에 종속됐다”고 설명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회들이 대학축제를 돈을 버는 사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업을 하듯이 ‘어느 대학이 어떤 가수를 불러 사람을 얼마나 불러모았다’는 식으로 능력을 보여주려 경쟁하는 추세가 앞으로도 심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세진/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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