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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이벤트성 對北접근의 허망함 보여준 潘총장 방북무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무산 소동은 ‘한 편의 허무개그’를 보는 듯하다. 반 총장 측은 개성공단 방문이 오래전 부터 뉴욕채널(북한의 뉴욕 유엔대표부 주재 외교관)을 통해 협의해온 사항 이라고 했지만 북한은 방문 허가를 하루 전에 전격 취소해 버렸다. 언론은 그저 개성공단을 둘러보는 것 외에 정해진 게 없었던 반 총장의 방북 일정에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며 분위기를 띄웠다. 개성공단 국제화 및 북한의 개방특구 확대, 평양방문을 통한 김정은과의 면담, 북한의 미얀마식 개방 유도 등 성급한 보도가 이어졌다. 심지어 반 총장이 이번 방북으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 대망론에 한 발 더 다가설 것 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분석도 있었다.

다른 나라라면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남북 관계에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단 70년을 지내오면서 북한을 겪어온 우리가 반 총장 방북의 의미를 부풀리며 국민에게 헛된 환상을 갖게 한 것은 자성해봐야 할 일이다. 북한의 불가예측성 돌출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맹방이라는 러시아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 하지 않았는가. 북한은 그렇다치고 뒷통수를 맞은 반 총장측의 어설픈 외교력과 거기에 부화뇌동한 우리의 경박함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반 총장 해프닝’ 이후의 남북관계를 어찌 풀어야 할 것인가다. 김정은 체제 5년차를 맞은 북한은 외교적 고립에 핵무기 고도화로 맞서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안으로는 친중 경협파를 숙청하는 공포정치를 펴며 체제 공고화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남한도 박근혜 정부 3년차를 맞은 시점이지만 천안함 폭침 사과 등 원칙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통일대박론 등 대북 포용정책은 한보따리나 마련해 놓고 있다. 써먹지도 못하는 정책에 먼지만 쌓여가는 형국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에 전환점을 찾으려면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수 밖에 없다. 그러려면 만 5년이 되는 5ㆍ24 조치 해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분단 70년을 돌아보면 5년 동안이나 남북교류협력을 단절시킨 사례를 찾을 수 없다. 무장공비 청와대 기습, 아웅산 테러 등의 만행을 당했지만 남북대화가 이처럼 오랫동안 단절된 적은 없었다. 그 기간이 길수록 북한의 중국경제 의존도만 높아진다는 지적에 귀 기울어야 한다. 통일비용 충격을 줄이려면 결단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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