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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부의 날] 불륜 돕는 IT, 불륜 잡는 IT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IT 기술, 특히 통신 기술의 발전은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을 돕고,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또 어쩔 수 없이 멀리 떨어진 연인들의 사랑을 지켜주는 지키미로도 활동한다.

하지만 좋은 기술도 쓰는 사람이 좋아야 더 빛을 보는게 세상 이치다. IT 기술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는 사람을 지켜주는 도구가 되지만, 누구에게는 사랑과 신뢰를 깨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21일 미국의 워싱턴포스(WP)는 워싱턴DC가 3년 연속 ‘불륜도시’ 1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우리에게는 프로야구 선수 강정호의 구단으로 더 익숙한 펜실베이니아의 피츠버그가 2위, 텍사스 주 오스틴이 3위에 올랐다. 메칭 사이트 ‘에슐리 매디슨’의 회원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에슐리 매디슨’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 사람을 매칭해주는 사이트다.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을 찾아주고, 또 사랑을 원하는 청춘남녀를 찾아 짝지어 줄 수 있는 인터넷과 위치정보 시스템의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문제는 이 기술이 어느 새 불륜 조장 도구로 발전한 점이다. 에슐리 매디슨은 ‘기혼자 연애 주선’을 표방한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불륜을 조장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자신들은 쉽게 만날 수 있도록 공간만 제공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기혼자다. 우리나라에서 이 사이트에 접속, 가입한 사람만 10만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빠르게 늘어났던 익명 채팅 앱들이, 성매매의 메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 중에는 기혼자들도 있다. 먼 곳에 사람과, 또 낯선 사람들과도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만나고, 의사소통 할 수 있는 IT 기술의 발전이, 불륜을 돕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단면이다.

이를 잡으려는 사람들 역시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뛰는 IT를 나는 IT’로 잡는 모습이다. 최근 업계 한 관계자는 어린 자녀들의 미아 사고를 막고자 개발한 ‘키즈 밴드와 스마트 워치’를 보며 “잘못 활용될 경우가 걱정된다”고 푸념했다. 자녀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바로 알려주는 기능이, 배우자를 감시하는 도구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일부 흥신소, 또 개인 사용자들은 자신의 명의로 개통이 가능한 점을 이용, 불륜이 의심되는 배우자의 차량 등에 몰래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베터리 기술의 향상으로 하루 이틀은 충분히 충전 없이도 작동 가능한 점도 한 몫 한다. 


최근 한 이동통신사가 선보인 애완 동물용 장치도 마찬가지다. 애완 동물의 특성을 감안, 위치를 측정하고 운동량을 알려주는 이 도구는 작은 크기로 인해 불륜 감시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 월 사용료 또한 5000원에 불과해 경제적 부담도 적다. 단순 위치 추적을 넘어, 평소와 다른 운동량 발생 여부까지 알 수 있기에 키즈 밴드보다 더 효용성이 뛰어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여는 대표적인 보안 장치 홈 CCTV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등에서는 부담없는 가격에 24시간 작동하고, 이상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화면 전환까지 가능한 홈 CCTV를 배우자 감시를 위해 몰래 설치했다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건, 쓰기 나름”이라며 “의도하지 않은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도 없다”고 설명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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