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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경의 맘다방] 육아프로그램이 ‘그사세’인 이유
[HOOC=김현경 기자] 현재 방영중인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마이 베이비’를 비롯해 올해 초 종영한 ‘아빠 어디가’까지….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만큼 방송사들은 앞다퉈 육아프로그램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육아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선은 좀 복잡합니다. 아이를 보면 귀엽고 ’애들은 다 똑같다’ 싶으면서도 배경이나 설정을 보면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 얘기라는 위화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의 엄마들 중에도 육아프로그램을 보면 자꾸 비교하게 돼서 안 본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우선 ‘그들’이 사는 집은 서민이 보기에는 대저택이라 할 정도로 넓고 호화롭습니다. 매트 하나 깔기도 어려운 작은 집에서 아이가 조금만 움직여도 사방이 부딪힐 것 투성이라 노심초사하는 보통 엄마들이 매트로 도배가 된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남의 집 자식을 보면 괜히 내 자식에게 미안해집니다.

협찬으로 나오는 옷과 장난감, 유아용품 등도 달갑지 않은 부분입니다. ‘연예인 애들은 때깔부터 다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후덜덜한 가격의 옷과 각종 물품이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이를 보는 엄마들은 ‘내 아이에게도 좋은 옷을 입히고 싶다’는 생각과 ‘연예인들은 저런 거 다 협찬 받아서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KBS

아이들이 가는 곳이나 경험하는 놀이 또한 딴세상 얘기 같습니다. 옆동네 가듯이 해외에 가고 비싼 장비 갖춰서 캠핑을 가는 건 보통 가정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입니다. 일반인은 아예 출입도 안 되는 곳에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손쉽게 들어가기도 하고요. TV를 보던 내 아이가 “나도 저기 가고 싶다”고 하면 씁쓸해집니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으로 아빠가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샐러리맨 아빠를 둔 보통 가정에서는 부럽습니다. 샐러리맨 아빠들은 아이를 보고 싶어도 볼 시간이 없고, 엄마들은 아빠에게 아이를 맡기고 내 시간을 갖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아이와 온전히 시간을 보내면서 돈까지 버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그사세’ 얘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마에도 대저택과 명품은 넘쳐나지만 드라마는 허구라는 인식이 있는데 반해, 육아프로그램은 ‘리얼’을 표방하기 때문에 비일상적인 부분도 일상인 듯한 착시 현상을 가져옵니다. 물론 그들에게는 일상이고 현실이겠지만요.

육아프로그램이 ‘귀족놀이’, ‘맛집 홍보’로 바뀌는 순간, 재미도 공감도 사라집니다. 협찬으로 도배하고 위화감을 주기보다는 화려하지 않더라도 공감을 줄 수 있는 육아프로그램이 방영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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